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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이번 성과급 지급에 대해 부정적인 건 정유사들이 원유를 사들여온 후 비싸게 팔아 돈을 벌었다는 인식이 강해서인데요. 하지만 정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국제 유가, 즉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도 연동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실제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국제 유가와 밀접하게 움직입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매한 후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원유를 구매한 이후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석유제품도 비싸게 판매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또 낮은 가격에 사들였던 원유의 가치가 높아져 회계상 재고평가이익이 확대됩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비싸게 산 원유로 정제한 석유제품을 원가 이하에 팔아야 하는 거죠. 재고평가이익도 급락하게 되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 지난 2020년 정유4사의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5조원에 달하기도 했죠. 지난해 대규모 영업이익을 냈더라도 국제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조 단위 영업적자는 불보듯 뻔한 일인 셈이죠.
게다가 정유사들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내수보다는 수출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수 중에서도 석유화학기업, 항공유 등 기업에 판매하는 비중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의 성과급이라며 반발하기도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당이익을 취해서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수익을 낸 것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라며 "2020년 대규모 적자가 났을 때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횡재세를 해외와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관계자는 "쉘 등 해외 석유기업들은 자체 유전을 가졌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라 상황이 다르다"며 "해외 기업과 한국 기업들의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