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무산·사업 지연 속출
주택시장 침체·공사비 급등 영향
미분양 우려 겹쳐 기업 신중 모드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안전진단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는 지난달 21일 서초구에 정밀안전진단 진행을 위한 용역비용 예치금을 냈다. 노원구에서는 상계주공3단지와 월계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가 재건축 판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양천구 목동에서도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0년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목동신시가지 9단지는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 같은 해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셨던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도 최근 강동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 재건축 추진 단지에 선뜻 시공사로 나서겠다는 건설사는 많지 않다. 공사비 급등에 분양시장까지 얼어붙은 여파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침체한 주택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업성이 아무리 좋아도 선뜻 시공사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예상과 달리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알짜 지역 내 재건축 사업장이라도 신규 수주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공사 선정이 무산돼 사업 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정비사업장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만 △신당 8구역 △강북구 강북 5구역 △서초구 방배 신동아 △송파구 가락상아1차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광진구 중곡1단지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등이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에선 물가 상승분 등을 재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도 상승분 대비 공사비가 2배 넘어 조합과 사사건건 충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합 역시 금리 인상으로 무작정 사업비를 올릴 수도 없는 처지여서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구하기'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건설업계는 자체 개발사업은 물론 조합원분 덕분에 일반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정비사업마저 외면한 채 단순 도급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통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시공사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