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성·수익성·안정성 등 3개 영역 적용
공기업은 부채비율·EBITDA·영업이익률 등
준정부기관은 자산부채비율 등 차등 적용
업계 "불합리한 평가 기준" 목소리
2일 기획재정부의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 수정(안)'에 따르면 100점 만점 중 10점을 차지했던 재무평가 비중이 20점으로 2배 확대된다. 이번에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는 기관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됐다. 기존에 기재부 관리를 받던 기타공공기관은 주무 부처가 관리하기로 되면서 기재부 산하 경영평가에서 빠지게 됐다.
기재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2개 기관 유형에 따라 △활동성 △수익성 △안정성 등 재무상황에 맞는 맞춤형 세부평가 지표의 가중치를 차등 적용해 재무를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모두 △활동성 △수익성 △안정성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세부 내용은 상이하다. 공기업의 경우 △활동성(총자산회전율) △수익성(영업이익률, EBITDA/매출액) △안정성(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으로 평가를 하고, 준정부기관은 △활동성(사업비 집행률) △수익성(자체 수입 증가율) △안정성(자산부채비율)으로 재무성과를 매긴다.
이같은 경영평가 지침에 따르면 한국전력 등 재무관리위험 기관으로 선정된 기관들은 상당히 불리해진다. 그중 한전은 역대 최악의 재무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주요 에너지 공기업을 기재부 지표로 직접 분석해 본 결과, 한전의 성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과 이자보상비율은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간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를 31조1856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한전이 사면초가에 놓인 것은 외부적 요인 영향 탓이 크다. 지난해 초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전력 구입비도 나날이 증가했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10월에만 130원가량 손해를 보고 전기를 팔았다. 10월 기준 전력도매가격(SMP)은 ㎾h당 251.65원으로, 전년 동기(107.76원) 대비 133.5% 올랐다.
SMP가 급격히 오르자 실제 지난해 1월에서 10월까지 한전의 전력 구입비는 전년 동기(42조1376억원)보다 70.3% 증가한 71조7401억원을 기록했다. 10월만 놓고 보면 전력 구입비는 7조9860억원으로, 전년(4조2448억원) 대비 88.1% 급증했다. 한전의 재무비중을 보면, 전력 구입비 비중은 84%에 달한다. 인건비는 2.1% △판매비 및 일반 관리비 3% △전력시설 유지 보수비가 8.6%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에서 전기요금 현실화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한 번에 올리기 힘든 만큼 한전의 재무 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외부적 요인 탓이 큰데 이를 직원 성과급을 결정짓는 경영평가로 직결시키는 점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경영평가에 재무개선 부분이 큰 폭으로 반영된다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재무구조 정상화까지 경영평가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면서 "예를 들어 한전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유가 하락으로 인한 흑자 시의 경영평가에도 가점을 받은 것이 없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영평가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인 면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부 준정부기관에서는 자산부채비율로 안정성을 평가한다면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산부채를 쌓는 것이 오히려 이로운 기관이 있을 수 있는데 기재부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준정부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립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