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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새삼 눈에 띈 것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산동네 집들이었다. 그 집들은 유년기를 보낸 부산에서 숱하게 보아온 풍경이기도 했다. 작가는 작고 초라하지만, 서로에 기대어 서있는 집과 골목에 밝은 불빛을 그려 넣었다. 산동네를 내일을 꿈꾸는 보금자리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정영주의 회화 속 풍경은 대부분 밤을 주제로 한다. 그의 회화는 스산하고 어두운 밤 풍경이 아니다. 따스한 빛으로 어둠을 밝히는 풍경이다. 그 불빛 아래 오손도손 얘기 나누는 가족의 행복이 있다. 맞붙은 집들의 대문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나올 것 같고 골목에선 밥 익는 냄새가 피어오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집이다.
학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