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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 앞두고 착잡한 프랑스인들 “마크롱도 싫지만 르펜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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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04. 17. 13:57

FRANCE-ELECTION/LE PEN <YONHAP NO-6592> (REUTERS)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캄브라이 건물 벽에 설치된 대선 선거운동 벽보가 훼손돼 있다.사진=로이터 연합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선전으로 극우 세력이 어느 때보다 엘리제궁에 근접한 가운데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아 프랑스 유권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대선 결선 대진표 확정 이후 맞은 첫 주말, 프랑스 전역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극우 세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파리 중심부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르펜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주의가 격변을 겪을 것이라며 “르펜 후보에게 한 표도 줘선 안 된다”고 외쳤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인권단체와 노조 등의 연합조직 ‘SOS 레이시즘’의 도미니크 소포 회장은 극우 후보가 권력을 잡게 되면 민주주의 가치와 반인종주의, 진보 진영은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반극우 세력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자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지만 극우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마지못해 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SOS 레이시즘의 운동가인 사샤 할간드는 “젊은이들은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대결 구도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전술적 목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르펜 후보가 집권한다면 파시스트 민병대와 ‘드라콘의 법’이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라콘의 법은 기원전 7세기경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정됐으며, 가혹한 처벌조항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프랑스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극우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이념을 초월해 정치 세력을 결집하는 현상을 ‘공화국 전선’이라 부른다. 하지만 근래 좌파와 우파를 불문하고 공화국 전선이 무너졌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스테판 르뤼뒬리에 공화당 상원의원은 공개적으로 “공화국 전선은 죽었다”고 말하는 등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투표장에서 빈 투표용지를 제출하고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 사회당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지만 ‘부자들의 대통령’ 이미지로 좌파 진영에선 우파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인 노란조끼 시위대에 강경 대응하거나 ‘이슬람 분리주의’를 차단하겠다며 이슬람 문화를 억압하는 등 우로 치우친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전통적을 극우 후보에 대항하는 주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좌파 후보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마크롱 캠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를 66%대 34%로 꺾으며 압도적인 우위로 당선됐지만, 올해 1차 대선 투표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4.7%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를 5~10%%포인트 앞서긴 하지만 때론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질 때도 있다.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분석한다. 멜랑숑 후보는 앞서 “르펜 후보에 한 표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을 명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차기 대통령을 결정짓는 2차 결선 투표는 오는 24일 치러진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를 차지한 후보끼리 2차 투표에서 맞붙는 형식으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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