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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일간 텡그리뉴스지는 16일(현지시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정치 및 행정시스템 변경안을 담은 개헌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일명 ‘슈퍼대통령’이라 불리는 막강한 대통령 권한을 개헌을 통해 국회에게 이양하고 헌법재판소를 신설해 향후 헌법의 유동성을 사전에 막는 정치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늘 우리는 초법적 대통령 정부에서 강력한 의회를 갖춘 대통령 공화국으로서의 최종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오늘 제출한 개헌 수정안은 매우 규모가 크며, 수정안에 따라 국가의 전반적인 정치 시스템과 행정 구조를 크게 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수정안에는 30여 가지의 개헌안과 20개 이상의 법률 변경안이 포함돼 있으며 올해 말까지 (국회에서) 채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퇴직 이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행을 철폐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상원의장 신분이었던 지난 2019년 전임자였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사임(조기퇴임)하자 법률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이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집권당 ‘누르 오탄’의 추대를 받아 출마해 70.18%를 득표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통치 아래 다른 구 소련 국가에 비해 눈부시게 정치안정 및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조기퇴임 이후에도 국가안전보장이사회 의장 및 집권여당의 리더십 자리를 유지하는 등 상왕이나 다름 없는 권력을 유지해왔다.
텡그리뉴스지에 따르면 이번 개헌안에는 전·현직 대통령의 집권여당 직위 겸직을 금지하고, 법률 처리 권한을 하원으로 통일해 하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상원의 권한은 축소했다. 또한 선거법을 개정해 야당의 정치진입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시민단체의 역활 및 언론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헌법재판소 신설을 통해 시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강화한다.
이밖에 개헌안에는 현재 중앙집권형에서 지방분권형 체제로 국가관리체제를 변경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주지사 및 시장 선출을 현재 대통령 지명제에서 선거제로 변경하는 등 사실상 지방선거제 도입 내용도 담겼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오늘날 카자흐스탄의 모든 것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이 관행에서 점차적으로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이 유대관계적 권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