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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만 제한된 NFT…업계 “형평성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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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승인 : 2022. 03. 16. 06:00

P2E, 국내서 사행성 이유로 규제…해외서는 출시
타산업 메타버스·NFT 시장 진출은 규제 無
찬성 측 "국내 게임 산업 뒷걸음" 목소리
반대 측 "P2E, 원래부터 있던 구조"…"게임사들 독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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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픽사베이
국내 게임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디지털 자산 연계가 불가능한 것을 두고 관련업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통·금융 등 다른 산업은 법적 제한없이 메타버스에서 NFT와 코인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법상 게임은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P2E가 금지돼 있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는 ‘플레이투언(P2E) 게임’에 대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반면 P2E는 유저들이 아닌 게임사들만 돈을 버는 구조라며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 P2E용으로 출시된 게임은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무돌 삼국지)를 제외하고는 단 1건도 없었다. 현행 게임법 28조에 따라 현금·상품권·유가 증권 등을 경품으로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누구든지 게임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와 아이템 등을 환전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거래는 게이머 개인끼리만 허용되며, 거래금액이 일정 이상을 넘어서면 작업장으로 간주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NFT도 실물 화폐로 환전이 가능한 만큼 ‘사해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게임법 28조를 근거로 지난해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무돌 삼국지)는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받았다. ‘돈 버는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 흥행하자 게임위가 모니터링 및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무돌 삼국지는 게임사 나트리스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이다. 나트리스는 이용자가 미션을 완료하면 자사 재화인 무돌코인을 지급했다. 해당 코인은 클립 월렛과 연동돼 가상자산으로 교환이 가능하며, 코인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게임위의 지적으로 나트리스는 P2E 기능을 제외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L’을 출시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MBN(메타버스·블록체인·NFT) 기술 개발과 함께 이를 접목한 P2E 게임을 해외에 출시하고 있다. P2E가 합법인 해외로 먼저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당장 불가한 만큼 해외를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보고 있다”면서 “노하우와 지식을 먼저 쌓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기정부가 의지를 갖고 규제완화를 추진하려 해도 국회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그동안 해외 사업에 집중해 역량을 쌓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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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가 공개한 미르4 NFT 캐릭터 스테이킹 게임 ‘미라지’./위메이드 제공
해외 P2E 시장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해외에서 출시한 블록체인 게임 ‘미르4’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했다. 위메이드의 실적 급등은 P2E 게임인 ‘미르4 글로벌’의 흥행과 직접 발행한 ‘위믹스’의 현금화가 주효했다. ‘미르4’는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 100만명을 달성, 대표적인 P2E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해 위메이드는 총 10억개의 위믹스 발행 물량 중 1억800만개를 현금화해 2271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목격한 엔씨소프트·컴투스·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들도 P2E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며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NFT를 접목한 메타버스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내 관련 규제는 아직 없는 만큼 정보통신(IT) 기업부터 통신·유통·금융사까지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발을 들이고 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달 가상화폐와 NFT를 활용한 메타버스 사업을 위해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했다. 나이키도 지난해 11월 가상 패션 NFT 스튜디오 ‘아티팩트’를 인수, 언더아머·아디다스도 지난해 말 자체 상품의 NFT를 시장에 내놨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최근 SK텔레콤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활용해 B2C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사들은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게임업계는 P2E 제한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한다. 차기정부도 메타버스를 국가 신산업으로 선정, NFT 활성화를 말하고 있지만 P2E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산업 관계자는 “다른 분야는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해 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는데 게임업계는 현행법상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역차별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면 규제에 막힌다”면서 “메타버스를 제도권으로 들여와 활성화시키되 기존의 게임법도 수정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메타버스에 NFT를 접목하는 건 가능하지만, 게임에서는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금지돼 있다”며 “사실상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NFT를 접목한 P2E 게임의 개념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미리 받아들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더라면 현재 게임 산업계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며 실험해왔다”며 “우리는 이미 시기를 놓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국내 게임사들이 코인 등락 등 가상경제 자체를 독점하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현재 게임사들이 주장하는 P2E는 그들만 돈을 버는 구조”라며 “유저들이 돈을 버는(Earn) 구조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이템·코인 거래 플랫폼 등 모든 환경을 게임사들이 독점하는 구조로 사실상 게임사들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위 교수는 게임사들이 가야할 방향은 P2E가 맞다고 말한다. 그는 “제대로된 P2E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플레이 투 플레이(P2P)를 실현, 청소년 진입을 금지, 가상화폐 안정화, 신규 글로벌 IP 개발이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규제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줬을 때 P2E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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