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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정환 신부 “나눔의 행복 배우는 곳이 명동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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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2. 02. 14. 11:48

주 3회, 주일 약 800명 이용...진료까지 가능
순수 후원으로 유지...봉사자들 "난 행복한 사람"
밥만 주는 곳을 넘어 몸과 마음까지 치유가 목표
명동성당 김정환 신부 인터뷰
명동밥집이 어떻게 정착하게 됐는지 설명하고 있는 김정환 신부. 김 신부는 지난 8일 이임 직전까지 명동밥집을 운영해왔다./김현우 기자 cjswo21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어려움은 계층 사다리 아래에 위치한 사람일수록 가혹했다. 사회 약자들의 ‘생존 마지노선’이었던 무료급식소마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시기에 문을 연 무료급식소가 있다. 바로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명동밥집’이다. 서울대교구 영성센터 앞 운동장에 문을 연 명동밥집은 지난해 1월부터 2년 넘게 운영 중이다.

연초 방문한 명동밥집 대형 천막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정환 신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157번 들어오세요” “그다음 158번”. 김 신부와 봉사자들이 번호를 외치는 건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를 하면서 이용객을 맞기 때문이다. 대형 천막 안에는 이용객이 나가자마자 소독 작업을 하고 이용객을 맞을 준비를 하는 봉사자들로 붐볐다. 흔히 무료급식소는 노숙인이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날 본 이용자 다수는 홀몸 노인들이었다. 전국의 무료급식소의 이용객 70% 이상은 사실상 한국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빈곤노인들이다. 명동밥집은 주 3회(수·금·일)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언제든 밥을 먹을 수 있고 몸이 아픈이들은 진료도 볼 수 있기에 노인들에게는 더욱 소중한 곳이다. 주일에는 약 800명까지 찾아올 만큼 복지 사각지대를 책임지고 있다.

명동밥집은 순수하게 후원금만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사랑의 온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기업과 개인들의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봉사자 역시 400여 명에서 약 94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하루에 2개 조로 5시간을 봉사한다.

명동밥집을 1년간 운영하고 지난 8일 사제 연수를 받으러 떠난 김정환 신부의 소회를 들어봤다.
[포토] `명동밥집` 김정환 신부
아시아투데이 김현우 기자 = 연초 방문한 명동밥집 무료급식소 천막 안에서 김정환 신부가 번호에 따라 자리를 안내를 하고 있다.

-명동밥집을 운영하는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어떤 단체인가.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1988년 처음 세운 곳이다. 미사 전례에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나누는 행위가 있는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마크가 바로 그 성체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우리는 한 몸이고 한마음이라는 것. 처음 운동은 안구기증과 헌혈로 시작했고 장기기증 희망자를 모집하는 운동과 자살예방도 하고 있다. 명동밥집도 그 연장선이다. 코로나19로 사지에 내몰린 이들은 남이 아니다. 이들을 누가 돌보느냐고 물었을 때 노숙자들이 많이 머무르는 도심, 명동에 성당이 있으니 우리가 하자라고 해서 시작된거다.”
-무료급식소는 도움받는 사람만이 아닌 후원자나 봉사자에게도 뜻깊은 곳인거 같다.

“봉사자나 후원자 중에서는 암환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있고 아주 유복하고 크게 사업하는 이도 있다. 사는 모습은 달라도 여기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내가 나누지 못했구나’ ‘내가 행복했구나’라고 말하고 간다. 봉사를 통해 나눔의 가치를 깨달은 이들이 다른 봉사자들을 데려온다. 명동밥집은 후원금하고 봉사자가 없으면 운영이 안 되는데 후원금하고 봉사자들이 계속 온다. 너무 감사하다. 명동밥집은 독단적으로 사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한마음운동본부의 직접 사업이다. 매년 공익회계법인 감사를 받고 홈페이지에 그 감사 결과를 다 올린다. 후원금에서 정말 어디에 어떻게 썼는가 다 나온다. 이런 진실성을 보고 믿고 후원해주는 것 같다.”

-명동밥집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밥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명동밥집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밥만 주는 무료급식소를 만들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육신의 재생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재생까지 할 수 있게 만드 는게 목표다. 이주 노동자의 무료진료소인 천주교 라파엘 나눔재단과 서울대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작년 3월부터 예비조사를 해서 7개 과를 만들어 작년 6월부터 명동밥집에 오는 환자들을 진료했다. 앞으로는 치과 진료도 하려고 한다. 매주 주일 80~100명이 진료를 받고 약도 타간다. 국립중앙의료원하고 연계해서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거기로 갈 수 있도록 했다. 식사는 가장 기본이고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작년 9월부터 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 시설이 지금보다 확충되면 목욕시설을 갖춰서 목욕과 이·미용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게 올해 목표다. 여러 치료 동아리와 거처할 곳, 직업적인 자활까지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명동밥집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이용객들이 변해가는 모습, 처음에는 차갑고 폭력적이었던 분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감동적이었다. 오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여기도 잠깐하고 말 것이란 의심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우리의 진정성을 보고 마음을 열더라.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대화를 하려고 한다. 이제는 가족 같다. 심지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밥집을 이용하고 고맙다고 몇천원 주고 간 일도 있다. 가장 마음에 남는 분들은 장애인 이용자들이다. 정신지체 아들을 둔 아버지, 신체 일부가 불편한 노인 등 다양한 이들이 온다. 이 가운데 하루에 2차례 들리는 부녀가 있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와서 ‘발달 장애가 있는 딸이 모르는 것 같아도 이곳에 가는 걸 다 알더라, 심지어 이때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을 하는데 마음의 울림이 컸다.”

-아무리 좋은 일도 시련이 있기 마련인데 어려움은 없는가.

“밥집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첫 시선은 좋지 않았다. ‘그거 왜 해야하지? 서울역 사랑평화의 집이 있고 영등포 토마스의 집도 있는데 왜 명동성당을 해야 해? 노숙인들과 이런 사람들의 거친 면을 감당할 수 있어?’ 등 탐탁지 않아 하는 시선이 있었다. 신자들과 밥집 이용객이 명동성당 주변 화장실을 같이 써야 하는가부터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기우였다. 이용객들은 누구보다 명동밥집이 유지되길 바라기 때문에 질서를 더 잘 지킨다. 명동성당 결혼식에 온 하객들이 이용객보다 오히려 무질서한 편이다. 밥집 이용객들이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초기에는 하루에 몇 번씩 경찰차가 왔다. 평생 듣기 힘든 욕도 들었다. 만일 그런 욕을 가족에게 들었다면 가슴이 아팠겠지만 그분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힘들지 않았다. 초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다. 이 일은 그분(하느님)이 하시는 일이지 나 개인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에 힘들거나 상처받지 않았다. 오히려 이 일을 하게 된 것에 하느님께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명동밥집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지 알고 싶으면 밥집에 와보세요. 그게 봉사를 하던 작은 후원을 하던 일단 와보세요. 내가 얼마나 가진 게 많고 내가 얼마나 베풀 수 있는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나눔은 나를 가치있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가 사실 봉사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받는 것일 수 있다.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곳이 명동밥집이다.”

[포토] 온기를 느끼는 `명동밥집`
아시아투데이 김현우 기자 = 서울대교구 영성센터 앞 운동장에 문 ‘명동밥집’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자들이 배식을 하고있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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