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마을 주민들, 행정상 이유로 새 신분증 발급 거절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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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는 3년 전부터 국민 신분증(한국의 주민등록증 격)의 크기를 일반 신용카드처럼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995년부터 사용 중인 기존 신분증은 일반 신용카드 규격보다 커서 지갑에 넣고 다니기가 어려웠다. 이 제안은 국회를 통과해 올해 8월 2일부터 프랑스에서도 타 유럽 국가처럼 작아진 크기의 신분증이 발급되고 있다.
새 신분증은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맞게 규격만 작아진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보안 강화에도 신경을 썼다. 새 신분증에는 기존 신분증에 없던 전자칩이 포함돼 복제를 어렵게 만들었고 소지자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다.
현지매체 프랑스3이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대화된 새 신분증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는 작아진 신분증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긴 마을 이름 때문이다. 프랑스 신분증엔 태어난 마을의 이름이 들어가는데 새 규격의 신분증에 적을 수 있는 글자 수는 최대 29자로 제한된다.
프랑스 전국에선 78개 마을이, 남서부 옥시타니주 내에서만 15개 마을의 이름이 29자가 넘는다.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시 인근에 위치한 ‘라 바끄히 에셍 마흑땅 드 까스뜨히(La Vacquerie-et-Saint-Martin-de-Castries)’나 피레네산맥 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셍뜨 꼴롱브 드 라 꼬멍드히(Sainte-Colombe-de-la-Commanderie)’ 등의 마을이 대표적인 곳이다.
프랑스 북부엔 마을 이름이 38자인 곳도 있다. 영불해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셍 껑땅 라 모뜨 크화 오벨리(Saint-Quentin-la-Motte-Croix-au-Bailly)’에서는 신분증에 마을 이름 전체를 표기할 수 없다는 행정상의 이유로 주민들의 새 신분증 발급을 거절하고 있다.
이름이 29자가 넘는 마을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프랑스에서 국가신분증 업무를 담당하는 ANTS는 올해 말까지 제한된 글자 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ANTS는 긴 마을 이름을 반으로 나눠 두 줄로 표기하거나, 전치사·관사를 없애거나, 줄임말을 써 글자 수를 줄여보는 등의 다양한 해결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도시 이름에 Saint가 들어간 경우 짧게 St.로 표기하고, 마을 이름에 le나 la처럼 관사가 포함된 경우 생략하는 방법이다. 또 마을 이름에 위를 의미하는 ‘sur’나 아래를 의미하는 ‘sous’ 등 전치사가 포함된 경우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ANTS가 올해 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마을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