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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牛랏차차...‘소 기운’ 흠뻑 받고 대박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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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20. 12. 29. 11:01

소 이야기 깃든 여행지
여행/ 미황사
소와 관련한 창건설화가 전하는 미황사. 뒤로 보이는 병풍같은 산이 달마산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국에 소(牛)와 관련한 지명은 얼마나 될까.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찾아봤더니 731개나 됐다. 용(1261개), 말(74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란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름난 여행지 중에도 소와 연관 깊은 곳이 제법 있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농사일을 돕는 소는 농가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집안이 번창하려면 소를 잘 보살펴야 한다는 믿음도 그래서 생겼다. 부지런해서 풍요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특유의 묵묵함은 또 희생과 의로움의 표상이기도하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다. 묵묵히 희생하고 인내하며 부지런히 달리다 보면 힘겨운 일상이 지나갈 거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날도 반드시 온다. 가슴에 듬직한 소 한 마리 품으라고 소 이야기 깃든 여행지 몇 곳 추렸다.

여행/ 달마산 도솔봉
달마산 도솔봉에서 본 풍광/ 김성환 기자
‘땅끝마을’이 있는 전남 해남은 세밑 여행지로 이름났다. 이 땅에는 소와 관련한 창건 설화를 간직한 우아한 사찰이 있다. 달마산 기슭의 미황사(美黃寺)다. 단청 없는 대웅보전(보물 제947호)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그 절이다. 사찰 이름 첫머리의 ‘미(美)’는 소의 울음 소리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세워진 ‘미황사 사적비’에 전하는 기록은 이렇다.

신라시대 돌로 만든 배가 달마산 아래 포구에 닿았다. 배 안에는 금인(金人)이 타고 있었고 경전과 불상, 탱화, 검은 돌 등이 실려 있었다. 배를 맞으러 나간 의조화상과 동네 사람들이 불상과 경전 모실 곳을 의논하던 중 검은 돌이 갈라지며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왔다. 그날 밤 의조화상의 꿈에 나타난 금인은 자신을 우전국(인도) 왕이라고 소개하며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 소가 눕는 자리에 모시라고 전했다. 다음 날 의조화상이 검은 소를 앞세우고 가는데 소가 한 번 땅바닥에 눕더니 일어났다. 그리고 산골짜기에 이르러서는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의조화상은 처음 소가 누웠던 자리에 통교사(通敎寺)를 세웠고 마지막 머문 자리에는 미황사를 창건했다. ‘미’는 소의 아름다운 울음소리에서, ‘황(黃)’은 금인의 화려한 색깔에서 따왔다.

여행/ 미황사 동백숲
미황사 들머리의 동백숲/ 김성환기자
금인은 왜 달마산에 왔을까. “달마산 꼭대기에 1만불이 나타남으로 여기에 부처님을 모시려 한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미황사 뒤에 우뚝 솟은 달마산은 눈이 번쩍 뜨이는 산이다. 산세가 예사롭지 않은데 공룡 등줄기의 비늘처럼 솟은 암봉이 웅장하고 신비롭다. 가만히 보면 암봉들은 부처의 형상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름처럼 중국 선종의 시조인 달마대사와도 연관도 있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는 ‘달마대사의 법신이 상주하는 산’으로 소개되며 고려후기에 중국 남송 사람들이 찾아와 예를 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달마산과 미황사는 언제든 찾아 마음 살피기 좋다. 우선 달마산 7부 능선에는 ‘달마고도’가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 미황사와 도솔봉의 도솔암을 연결하는 4코스(약 5km)가 백미로 꼽힌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걷기에 부담이 없고 전망도 좋다. 미황사에도 볼거리가 많다. 1754년에 마지막으로 단청이 칠해진 대웅보전은 260여 년을 민낯으로 지냈다. 대웅보전 기둥 주춧돌에 새겨진 게, 거북이 형상도 이례적이다. 창건 설화에 등장하는 배, 바다와 연관이 있다. 부도전에는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예술작품 같은 부도가 많다. 일주문 지나 만나는 검푸른 동백 숲도 운치가 있다.

여행/ 공룡알화석지
아프리카 초원이 연상되는 화성 공룡알화석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기도 화성 송산면 우음도(牛音島) 역시 소의 울음과 관련이 있는 여행지다. 바람 소리가 소의 울음 소리처럼 들린다는 섬이다. 아니 섬이었다. 1994년 시화방조제(경기도 시흥 오이도~안산 대부도 약 12km)가 완공되며 경기도 안산, 화성 일대의 너른 갯벌이 간척지가 됐는데 이때 우음도 역시 뭍이 됐다. 지금은 야트막한 산으로 남았다. 이제는 산 아래 광활한 습지 벌판 일대를 우음도라 부른다. 정상에는 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송산그린시티 전망대)가 있다.

어쨌든 사진촬영을 위해 우음도를 찾는 ‘청춘’들이 많다. 아프리카 초원을 닮은 이국적인 풍경 때문이다.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진 광활한 습지에 풀과 나무가 악착같이 뿌리를 내렸다. 갈대를 닮은 삘기(띠풀)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가을풍경은 특히 서정적이다. 물론 초록으로 빛나는 봄, 여름도 화사하고 눈 덮인 겨울 풍경도 나름 운치가 있다. 해넘이도 참 예쁘다.

여행/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우음도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습지 벌판으로 들어가려면 공룡알화석지를 찾아간다. 송산그린시티 전망대에서 자동차로 약 5분 거리다. 방문자센터 앞 들머리에서 시작된 탐방 덱이 습지 안쪽으로 뻗어있다. 시화방조제가 완공된 후 바닷물이 빠진 땅에서 약 200개의 공룡알 화석과 30개의 알둥지가 나왔다. 약 1.5km의 탐방 덱을 따라 바위들을 자세히 살피다보면 공룡알 화석을 볼 수 있다. 2010년에는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일대 약 15.9㎢가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됐다. 시화방조제로 생긴 습지에는 대규모 개발이 예정돼 있다. 공룡알화석지 일대는 계획에서 빠졌다.

우음도로 향하는 길목의 시화방조제는 가슴 후련해지는 드라이브 포인트다. 시화방조제 중간에 해상공원인 시화나래조력공원이 있고 서해와 시화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여행/ 우도
소를 닮은 섬 ‘우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우도
모래가 유난히 하얀 우도 산호해변/ 한국관광공사 제공
소와 관련한 지명은 지형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제주도에 딸린 우도(牛島)가 대표적이다. 소가 드러우는 형상, 소가 머리를 든 모습 같다고 붙은 이름이다. 성산포에서 북동쪽으로 약 3.8km, 뱃길로 15분 거리에 있다.

우도는 ‘수채화 같은 섬’이다. 푸른 바다, 소담한 가옥, 정겨운 돌담이 동화 속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집들은 다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지붕을 이고 있다. 사철 풍경이 예쁘지만 특히 초록색 보리가 자라고 노란 유채꽃이 만개하는 봄 풍경이 딱 수채화다. 겨울에는 바다가 또 유난히 청명하다. 우도의 바다는 색깔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났다. 산호해변(서빈백사해변)은 맑고 하얀 모래가, 검멀래해변은 검은 모래가 독특하다. 돌칸이해변에는 아이 얼굴만 한 먹돌이 지천으로 깔렸다. ‘돌칸이’는 소의 여물통이라는 의미다. 소를 닮은 섬에서는 지명도 소와 관련이 있다. 우도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132m)은 소의 머리에 해당되기 때문에 우두봉(牛頭峰), 또는 ‘쇠머리오름’으로도 불린다. 평균 해발이 30m에 불과한 우도의 최고 전망대다. 정상에는 우도 등대도 있다.

우도는 쉬엄쉬엄 산책하며 둘러보기 좋다. 섬을 에두르는 올레길이 잘 조성돼 있다. 걸어서 섬을 일주하는데 약 4시간이 걸린다. 물론 차량 도선도 가능하고 자전거나 전동카트 등을 빌릴 수도 있다. 우도봉 들머리에서 우도 등대까지 산책로도 잘 나 있다.

여행/ 가우도 출렁다리
강진만을 가로지르는 가우도 출렁다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남 강진은 풍수학자들이 와우형(臥牛形)으로 구분하는 도시다.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땅이라는 얘기다. 전국에서 소와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소의 머리에 해당하는 강진읍의 ‘우두봉’을 비롯해 총 204개나 된다.

눈에 띄는 곳은 도암면의 가우도(駕牛島)다. 강진만 한 가운데 위치한 섬인데 강진 땅을 놓고 보면 소의 멍에(駕·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해 말이나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에 해당한다. 섬이지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2개의 출렁다리(저두·망호 출렁다리)로 뭍과 연결돼 있다. 차는 못 들어간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섬을 산책하다 보면 꽉 막힌 일상의 답답함이 조금은 풀어진다. 어디서든 바다와 넉넉한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섬을 에두르는 약 2.5km의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다. 섬을 한바퀴 도는 데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가우도 정상에서 저두해안으로 이어지는 짚트랙도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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