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지만 남성복·여성복 브랜드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너도나도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정작 매장에선 밍크·폭스 트리밍 외투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 서다. 필(必)환경 트렌드에 맞게 재생원단 사용 등을 마케팅에 내세우면서도 백화점 매장에서 동물성 원단 의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밍크 등 모피류 수입금액은 4354만 5000달러(한화 약 471억 7229만원)에 이른다. 2018년(5256만달러)보다 17%가량 줄어든 것이지만, 2017년(3089만 9000달러)보다는 40% 늘어났다. 필환경·친환경 트렌드가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여전히 밍크, 폭스 수요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동물성 모피는 코트, 다운재킷, 롱패딩 등에 적용돼왔다. 풍성한 라쿤 털을 사용한 사파리 점퍼, 밍크를 소매와 목에 덧댄 코트는 해마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스테디 셀러다. 패션 브랜드 한 관계자는 “인조 모피가 잘 나온다고 해도 진짜 밍크, 폭스가 주는 고급스러움을 따라올 수 없다”며 “여전히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밍크, 폭스, 라쿤을 찾는다”고 말했다. 컨템포러리, 백화점 입점 여성복, 남성복 브랜드들은 동물성 모피 적용 의류를 매년 내놓고 있다. 국내 최고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 기업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친환경 기조가 있지만 올해 신제품에서 모피 의류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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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리사이클링 소재가 적용된 친환경 윈터슈즈, 노스페이스의 ‘에코 부띠 컬렉션’/제공=노스페이스
반면 아웃도어 업계는 친환경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밀레, 아이더 등 아웃도어 브랜드의 책임다운기준(RDS) 준수는 이미 필수 요건이 됐다. 책임다운기준은 패딩 속 재료인 거위 털, 오리 털을 윤리적인 방법으로 얻었다는 의미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는 페트병에서 추출한 친환경 섬유로 만든 옷과 신발, 재생 다운 등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브랜드 출범 50주년인 2023년까지 판매 상품의 50%에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재생원단 사용, 책임다운기준(RDS) 등을 지킨 ‘비건 의류’를 내놓으면서도 매장 한쪽에서는 동물성 모피가 적용된 외투를 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중견 패션기업 한 관계자는 “파타고니아, 올버즈, 프라이탁처럼 친환경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재생원단 등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겠지만 일반 브랜드의 상황은 다르다”며 “여성복, 남성복 브랜드의 주요 타깃인 30대 이상 고객들일수록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을 더 따진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