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층 지지기반 붕괴...저학력·백인층 표심 결집 실패
독단적 국정운영, 전통적 지지층 외면...여성·유색인 지지 회복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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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 제기 등으로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승부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패배가 확정되면 현역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1992년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패한 지 28년 만이 된다.
미국 역사에서 1789년 조지 워싱턴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231년간 대통령을 지낸 45명 가운데 재선에 실패한 것은 10명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11번째가 된다.
특히 1900년 이후 대선에선 재선에 나선 20명의 현직 대통령 중 패배한 것은 5명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 패배의 최대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 발병 때 그 위험성을 간과했으며 이후에도 공중보건보다 경제 활동 재개를 우선시하는 정책과 발언 등으로 보건과 경제 두마리 토끼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언론들은 미국 내 첫번째 확진자가 한국과 같은 1월 20일 발생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실패로 누적 확진자 수가 한국과 비교해 수백 배에 이른다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백악관 내에서도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해 대응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노인층에서의 지지 기반 붕괴를 초래했다. 아울러 실업률 증가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등 초라한 경제 성적으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역전 승리한 동력 중 하나였던 저학력·백인 남성의 표심을 결집하는 데도 실패해 러스트벨트(동북부 쇠락한 공업지대)를 바이든 후보에 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부터 9일까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막판 선거 유세에 나서지 못한 것도 패인 중 하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경합주의 공항과 공항을 잇는 ‘메뚜기’ 유세로 막판 바람몰이에 나섰고, 2016년 대선을 재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일 전날 이틀 동안 7개주 10곳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막판 유세를 하면서 역전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남성·백인 중심으로 해석돼 여성과 흑인 등 유색인, 그리고 젊은 층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이 다른 대선 때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그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은 민주당뿐 아니라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고 했고,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는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역대 공화당 행정부 고위 관료 등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한 현역 대통령임에도 선거 자금 면에서 바이든 후보의 3분 1 수준에 머문 것도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바이든 후보는 경합주에서 TV 및 온라인 광고에 풍부한 자금 쏟아부어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추격을 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