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생산·35만명 고용 기대…삼성 따라잡기 '시동'
SK하이닉스가 차세대 D램 생산을 위해 조성하고 있는 경기도 이천 신규 라인(M16)이 준공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새로운 성장신화’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됐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경기도 이천 M14 라인 준공식에서 2025년까지 46조원을 투자해 이 라인을 포함한 3개 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충북 청주 M15 라인은 2018년 4분기 양산을 시작했고, M16 라인은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46조 반도체 증설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이 1위 삼성전자에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천의 M16 라인의 클린룸 공사는 올해 말 완료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클린룸 완료 시점을 전체 라인의 중요한 마무리 단계로 판단한다. 올해 클린룸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반도체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M16은 현재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 양산 중인 반도체 라인 기준 7번째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이천 본사 내 축구장 8.5개 면적, 5만3000㎡부지에 조성됐다. M16에서 어떤 품목을 생산할지 SK하이닉스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10나노 초반대 첨단 D램 생산이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양산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긴 어렵지만, 내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M16에서 80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34만8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기존 M14·M15와 M16 라인을 모두 합칠 경우 총 206조1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M16 양산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양 사의 시장 점유율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에서 43.5%, SK하이닉스는 30.1%를 점유했다. 1위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여전히 13.4%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건 2018년 4분기(31.2%) 이후 처음이다. 지난 1분기 44.1%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이 2분기 43.5%로 떨어진 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분기(29.3%)보다 소폭 오르면서 양 사의 격차도 13%포인트대로 좁혀졌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말 극자외선(EUV) 공정이 적용된 D램 생산라인의 양산을 시작하는 등 반도체 라인 증설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점유율 격차를 쉽게 좁히지는 못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M16라인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능력 자체는 커지고 안정화되기 때문에 1·2위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평택 P2 라인에 이어 P6까지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10%포인트 넘는 격차를 쉽게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세계 D램에서 70%가량을 점유하는 양 사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 반도체 저력을 더 확고히 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