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허술…피해 구제에 실질적 도움 기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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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앞두고 날벼락 같은 상황을 맞아 숱한 맘고생을 겪었던 이선영씨(33·여)는 기자와 만난 16일 “지금도 당시 생각만 하면 치미는 울화를 참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여행사에 모든 스케줄을 맡기고 잔금 결제까지 마쳤는데 여행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 이후 어렵게 현지 여행업체와 연락이 닿았지만 자신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현지에는 계약금조차 전달되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국내 유명 신혼여행 전문여행사와 계약한 뒤 모든 경비를 지불했지만, 11월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심한 마음고생 속에 올해 1월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한국여행업협회에 피해구제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씨는 5월 현재까지 이렇다할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대전에 거주하는 나모씨(34·여)도 1년 전 악몽 같은 신혼여행의 추억을 갖고 있다. 나씨는 결혼식을 마치고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현지 여행사가 도착 며칠 전 문을 닫았고,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현지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모든 스케줄을 자신들이 새로 짠 뒤 경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고생을 했다.
나씨의 경우 다행히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계약한 여행사로부터 경비를 돌려받았지만, 몰디브에서의 악몽같은 일주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이처럼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혼여행전문 B여행사는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B사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으나 결국 피해는 신혼부부 130여쌍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올해 1월 B여행사 대표 김모씨는 신혼여행비 7억원을 빼돌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강남 일대에서 신혼여행비 사기범과 혼수품 업체 대표가 각각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행업체 부도 등으로 인한 피해 보상은 여행사가 설립 당시 의무적으로 가입한 가입한 보증보험을 통해 이뤄진다. 피해자-여행사-협회-보험사 순으로 진행되며 업체 부도시 협회가 피해자의 서류를 넘겨받아 보험사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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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업체 폐업 시 소비자원 측에서 소비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된 유형의 피해 상황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당수 피해자들이 이런 범죄 행각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신혼부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단시간에 많은 물건을 구매, 시장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것을 결정한다”라며 “시간을 두고 꼼꼼히 살피는 등 성급한 결정을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