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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 속에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의 흔적” 허수영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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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6. 12. 06. 17:15

9일부터 학고재갤러리 신관서 개인전...'1년' 시리즈 등 16점 전시
허수영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허수영 작가./제공=학고재갤러리
같은 장소에서 바라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한 화폭 속에 담겼다. 1년을 두고 본 한 장소의 낮과 밤 풍경도 한 작품 속에 공존했다.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죽어가고, 사라지는 모습도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갤러리 신관에서 만난 허수영 작가의 그림이 그러했다.

학고재갤러리는 오는 9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허수영 개인전을 연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 중 한 명인 허수영이 2013년 개인전 이후 작업한 3년간의 결과물을 펼쳐 보이는 자리다. 처음 공개하는 ‘1년’ 시리즈를 포함한 16점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허수영의 회화는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풍경화로 담은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여러 레지던시에 머물렀던 작가는 각각의 레지던시에서 한 장소를 거의 매일 방문해 그곳의 풍경을 한 폭의 캔버스 위에 겹쳐서 그렸다.

숲10 Forest10, 2016, Oil on canvas, 248x436cm
허수영의 ‘숲10’.
허수영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곤충도감, 식물도감, 동물도감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필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 주제로 ‘자연’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도감의 이미지들을 사용해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캔버스에 그리는 작업을 했다. 그것이 첫 작품 ‘한 권의 책 한 점의 그림’(2008)이자, 현재까지 그의 작업세계 밑바탕이 됐다.

작가는 2013년 들어 다수의 레지던시를 돌아다니며 마주하게 된 주변 풍경과 일상을 채록하는 ‘양산동’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는 하나의 장소를 정하고 그곳을 집요하게 그렸다. 봄에는 앙상한 가지 위에 피어나는 싹들을 그렸다. 여름이 오면 봄의 풍경 위에 무성한 푸른 잎들을 그렸다. 가을이 되면 여름의 짙은 녹색들을 울긋불긋하게 덧칠하고, 겨울이 되면 무성한 푸른 잎들을 그렸다. 이렇게 사계절이 한 화면에 누적되면 비로소 그림이 끝났다. 이 시리즈가 발전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됐다.

작가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리서치 트립’(research trip)을 통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다녀왔다. 여행 기간 동안 메뚜기떼의 습격과 밤하늘의 우주를 경험한 그는 대자연을 통해 인간 삶에 대한 태도에 관해 다시 고찰하게 됐다. 그리고 작가는 이전 그림들을 꺼내어 다시 붓질을 하고 또 했다.


숲05 Forest05, 2015, Oil on canvas, 97x194cm
허수영의 ‘숲05’.
허수영의 그림은 사실적 필치로 그려낸 장면의 중첩이자 반복이다. 이렇게 완성된 이미지는 추상회화처럼 보이기도 하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의 회화는 원경과 근경의 모든 대상들을 동일한 강도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자하미술관, 인사미술공간 등에서 개인전을, 금호미술관, OCI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금호창작스튜디오,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자하미술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미술관, OCI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등 국내 주요 미술기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정원01 Garden01, 2016, Oil on canvas, 91x116cm
허수영의 ‘정원01’.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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