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차량 침수…4명 사망
5일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제주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50분 제주에 상륙한 태풍 ‘치바’는 최대순간 초속 47m의 강풍으로 섬 전역에 피해를 줬다. 이는 지난 2003년 초속 60m의 태풍 ‘매미’와 2002년 초속 56.7m의 태풍 ‘루사’ 이후 역대 네번째 강풍으로 기록됐다.
강풍과 비구름을 동반한 태풍 ‘차바’는 오후 4시를 기해 태풍특보가 해제됐지만 지난 4일 자정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서귀포에 289.1mm를 비롯해 양산 277.5mm △북창원 219.9mm △남해 183.0mm 등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인해 수십가구가 침수되고 차량과 어선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울산 등 남해안지역의 피해가 매우 컸다.
시민 상수원인 회야댐이 월류(넘침)하고, 지역별 주요 소하천이 범람해 주민이 대피하거나 고립되는 상황이 속출했다.
남구 여천천과 무거천, 중구 유곡천, 울주군 삼동천 등 지역별 주요 소하천이 모두 범람해 주변 주택과 상가가 침수, 119에 주택이나 차에 고립된 주민들의 구조 신고가 잇따랐다.
울주군 삼동면 삼동체육관 주변 도로와 언양읍 일대 도로 등도 침수돼 통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북구 매곡동의 경우 시간당 124㎜의 비가 쏟아지는 등 총 370㎜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한편, 이날 오전 9시께 동구 동부동에서 전선이 끊어져 약 2000가구가 정전되는가 하면 9시20분께는 중구의 한 주택 담장이 강풍에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도 컸다. 부산의 한 대학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근처 컨테이너를 덮치면서 그 안에 있던 50대 근로자가 숨지는 등 부산에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울산에서는 구조활동을 하던 119대원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되는 등 4명이 목숨을 잃었고 3명이 실종됐다.
또 12만9510가구에는 전기가 끊어졌으나, 오후 2시겨 복구공사가 진행되면서 7만1539가구에 대한 송전이 완료됐다.
제주에서는 정박어선을 이동하다가 비바람에 휩싸였고, 부산에서는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제주 하천교에 주차했던 차량 40~50대와,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현대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던 900여대의 차량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전남과 제주 등에서는 5가구에서 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태풍 영향권에 있던 26가구 37명은 마을회관 등에서 대피한 뒤 태풍이 잠잠해지자 귀가했다.
전남 여수에서는 1가구가 침수되고, 전남 7개 시·군의 농경지 1183ha가 침수되는 일도 발생했다.
또 전남 여수시 수정동 오동도 방파제에서 태풍을 피해 피항해 있던 1321t급 여객선 미남크루즈호가 방파제와 충돌, 선원 2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약 20분만에 해경 122구조대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도 어선 2만7372척이 항구로 대피했고 양식장 1103개소,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5663개소가 결박 또는 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