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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주영, 흔들리지 않고 한 우물…나는 사극 전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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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희 기자

승인 : 2015. 03. 02. 10:56

김주영/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였고 패션 센스 또한 뛰어났다. 지난해 KBS1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무신의 카리스마를 떨쳤던 배우 김주영(64)을 최근 서울 여의도 아시아투데이 편집국에서 만났다. 

그는 시선을 압도하는 빨간 폴라 티셔츠(목이 긴 스웨터)도 위화감 없이 소화해내는 멋쟁이였다. 지금도 '감각 훈련'을 한다는 그의 말에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김주영은 '정도전'을 비롯해 '근초고왕' '대왕세종' '대조영' '무인시대' '태조왕건' 등 굵직한 사극에는 거의 모두 출연할 만큼 '정통 사극 전문 배우'다. 하지만 그의 연기생활 초창기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MBC '수사반장'(1982년)을 시작으로 현대극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 국내 최초 검객 활극 드라마 MBC 베스트셀러 '달빛자르기'(1985년)에서 주연을 맡아 크게 히트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극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KBS에서 '삼국기'(1993년)를 준비하던 당시 KBS 국장이 '달빛자르기'를 인상 깊게 봤다고 연락이 왔어요. 저는 MBC 공채 출신이었는데 당시 전속 개념은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 방송국을 오가지 않는 분위기 였거든요. 기회를 잡아 '삼국기'에 출연한 후 사극의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 사극 출연 후 저의 위상도 달라지고 마치 연극을 한 것처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때부터 사극이 좋아서 지금까지 오게 됐죠."

대하사극은 현대극과 달리 연기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무거운 갑옷을 입고 전투 신 등 강도 높은 신들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고생이 크다. 주로 장수나 권력자를 연기한 그는 무게가 25kg이 넘는 무거운 갑옷을 주로 입다보니, 무릎 연골 수술까지 하게 됐다. 때문에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지기도 했으나, 그는 사극을 그만두기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운동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사극은 추운 날, 더운 날 가리지 않고 갑옷을 입고 뛰어다녀야 합니다. 안 다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치면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예요. 현대극보다 사극을 하는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해요. 그런데도 사극을 하는 이유요? 사명감 때문이죠. 허허."

1974년 MBC 공채 6기로 데뷔해 이듬해 TBC 공채 15기로 이적한 김주영은 15기 25명 중 유일하게 남은 배우다. 이렇게 된 데에는 척박한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 탓이 크게 한몫 했다. 주연 위주의 드라마 제작, 출연료 미지급 등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의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계속해서 배우 생활을 연명할 수 없어 떠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 그 역시 이러한 부분을 지적했다.

"40~50대 배우들이 놀고 있는 게 큰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연예계가 너무 빨리 늙어요. 가수나 탤런트, 영화배우 무지하게 빨리 가거든요. 주인공이 아니면 돌아오는 주기가 3년쯤 되니까 그 동안 개인이 겪는 공허함과 금전적인 고통은 굉장히 크죠." 

이런 탓에 그는 주변에서 투잡을 하자는 유혹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뚝심 있게 배우의 길을 지켜왔다. 그런 그를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가 수 많은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배우로 남아올 수 있었던 것은 사명감 때문이다.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1926년)을 보면서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극중에서 폭포를 뚫고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저 역시 그렇게 인생을 살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굉장히 감동 했습니다. 배우는 숙명이에요. 대학교 3학년 때 데뷔해 주간지 인터뷰 소감 기사를 썼는데 '내가 설산을 오는 석가의 마음가짐으로 이 일을 시작하겠다'는 말을 했어요. 배우는 일종의 수행자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52년생인 김주영은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에 근접해있다. 요즘 화두인 100세 시대를 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100세 시대 굉장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30~40대 때의 육체는 못 따라가지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성숙한 단계예요. 나의 인생을 살찌게 하고 편안하게,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만들어야 해요. 불평 하고 짜증만 내면 죽어요. 스트레스가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까. 내 마음 속의 불을 어떻게 다스릴지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계속 수행 해야죠." 
배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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