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복잡하게 얽혀있는 계열사 지분을 단순화해 삼성가 3세에게 좀 더 쉽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는 지난 13일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지분 전량을 인수한 것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늘린 것 모두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전자·금융계열사는 이 부회장, 삼성물산과 호텔신라 등 건설·리조트·유통부문은 이부진 사장, 삼성 에버랜드 패션과 제일기획 등 패션·광고부문은 이서현 사장에게 넘기려는 포석이란 것이다.
실제 삼성생명은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전기가 가지고 있는 삼성카드의 지분 전량을 인수해 기존 28.60%에서 34.41%로 삼성카드의 지분을 늘렸다.
그렇게 되면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둔 채 금융부문을 하나로 묶어 본인의 경영권 아래에 둘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지난 7월부터 지속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모두 취득한 점 역시 이부진 사장을 정점으로 건설부문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지분이 전무하던 삼성물산은 최근 엔지니어링의 지분을 7.81%까지 올렸다.
게다가 앞서 지난 9월,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양수했다. 이에 이서현 사장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밖에 삼성에버랜드 급식 및 식자재부문은 ‘삼성웰스토리’로 물적분할했고, 건물관리사업은 내년 1월까지 에스원으로 넘어간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삼성SNS는 현재 합병과정을 거치고 있다. 연내에 모든 합병작업이 완료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3세 경영승계를 위해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향후 3~4년간 단계별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거쳐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 등을 중심으로 계열분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지분을 25.1% 소유한 이 부회장과 달리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이부진 사장은 삼성석유화학 33.19%, 삼성에버랜드 8.37%, 삼성SDS 3.90%(삼성SNS 합병 후)지분을, 이서현 사장 역시 삼성에버랜드 8.37%, 삼성SDS 3.90%(삼성SNS 합병 후)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본인들이 지분을 가진 비상장 계열사가 상장사로 전환되면 그 차익금을 통해 실탄을 마련한 뒤 각각 건설부문과 패션부문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