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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숙청, 김정은체제 3기 서막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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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훈 기자

승인 : 2013. 12. 09. 17:00

* 1기, 후계체제 안착.. 2기, 군부장악.. 3기, 경제·행정 장악...지재룡 주중대사 관심 집중
북한 조선중앙TV가 재방송한 기록영화에서 장성택의 모습이 삭제됐다. 사진은 조선기록영화 '위대한 동지'에서 2013년 10월7일 최초 방영시의 장성택 모습을 삭제하여 재방송된 모습. ▲첫번째 사진은 2013년 10월 7일 방영(장성택 삭제 전 영상) / 16분 25초와 2013년 12월 7일 방영(장성택 삭제 영상) / 대체영상, ▲두번째 사진은 2013년 10월 7일 방영(장성택 삭제 전 영상) / 25분 11초와 2013년 12월 7일 방영(장성택 삭제 영상) / 영상대체. 2013.12.08./사진 = 통일부 제공

아시아투데이 윤희훈 기자 = 북한의 경제·행정 분야를 총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으로 ‘김정은체제’는 3기의 서막을 알렸다.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결정된 후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 준비과정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인물로 등장한 게 장성택과 이영호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다.

이들은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나이가 어린 김정은을 옹위하며 김정은체제 안착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김정은체제의 ‘개국공신’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졌던 이들조차 숙청의 칼날은 피할 수 없었다.

체제 공고화의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이영호를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으며 경제·행정 분야에서 김정은식 노선을 추구하기 위해 장애물이 됐던 장성택마저 숙청했다.

◇1기, 김정은체제로의 안착

김정은체제의 1기는 후계자로 지목된 후 준비 과정과 권력 이양 과정을 의미한다.

2009년 5월 김정일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당시 김정은을 후계자로 추천한 인물은 장성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근차근 후계자 수업을 받던 김정은은 2010년 9월 김정일이 ‘명령 제0051호’를 하달하면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받는다.

당시 인민군대장 칭호는 김정은을 비롯해 김경희 노동당 비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경옥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현영철 전 군총참모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총 6명에게 부여됐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김정은체제 안착 과정에서 김정은과 함께 대장칭호를 받은 5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정일이 이들을 김정은시대를 함께 이끌어 갈 인물로 지목했으며 이들이 바로 김정은체제의 권력핵심”이라고 말했다.

당시 5인방 중 권력구도에서 밀려난 것은 현영철이 유일했다. 장성택의 숙청과 관련해 김경희의 신변에도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없다.

그러나 김정은의 후계자 교육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김정일이 급사하면서 김정은체제 확립과정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김정일 사후 첫 행보는 군에 대한 지배권 확보였다.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 후 사흘 만에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

이후 당 조직과 정부 장악으로 넘어갔다. 2012년 4월 11일 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에서 당은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김정은을 ‘당 제1비서’로 추대했다.

이틀 뒤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는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김정은을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로써 김정은의 당·정·군에 대한 장악이 완성됐다.

같은 해 7월 6일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공개 활동에 나서며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공식확인했다.

◇ 2기, 군부 장악에 돌입하다

김정은체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오던 이영호 군총참모장의 전격해임은 김정은의 ‘군부개혁’ 신호탄이 됐다.

군부 핵심세력인 이영호는 김정은과 함께 대장칭호를 받은 5인방 중 한명이었던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였다.

북한은 ‘당에 의한 군 지배’를 노동당규약에 명시하고 있지만 김정일체제에서 실시한 ‘선군정치’로 인해 인민군에 과도하게 힘이 실려 있었다.

최룡해가 군부 출신이 아닌 당 출신인 점도 당이 군을 장악하는데 약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당 정치국은 2012년 7월 15일 확대회의를 개최해 이영호를 ‘신변상의 이유’로 직무에서 해임했다. 사실상 숙청이었다.

사흘 뒤, 북한은 김정은에게 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하고 군 총참모장에 5인방 중 한 명인 현영철을 임명했다.

이후 군 인사권을 기반으로 한 김정은의 군부 장악이 시작됐다.

최룡해 등 군부 핵심 인물의 계급을 ‘차수→대장→차수’로 강등·원복 조치함은 물론 총참모장(현영철→김격식→이영길)과 인민무력부장(김정각→김격식→장정남), 인민보안부장(이명수→최부일) 등 주요 직위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 기간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은하3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제3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등 대외 강경 행보를 보였다.

◇ 3기, 장성택 숙청...경제·행정 장악 돌입

이영호의 숙청이 김정은체제 2기의 도입부였다면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은체제 3기의 시작을 알렸다.

장성택은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사법·감찰 기능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 행정부 산하에 별도의 조직을 두고 해외 자금 등을 관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두꺼운 권력 기반과 자금력까지 확보되자 장성택을 추종하는 세력이 급격히 늘어났다.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으로선 장성택의 존재가 ‘불안요인’이었다.

이를 계기로 최룡해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주도하에 장성택에 대한 내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장성택의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가 드러났으며 부정부패 등 비위사실도 밝혀졌다.

북한은 이 같은 내용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공식발표하고 장성택의 체포 모습까지 조선중앙TV 보도를 통해 9일 공개했다.

‘로열패밀리’인 장성택에 대한 숙청과정을 여과없이 공개한 것은 ‘유일영도체계’ 공고화를 위한 김정은체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숙청의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김정은 중심의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조치”라며 “유일적 영도체제 확립과 확고한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설사 장성택이라도 용납하지 않는 게 북한 체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장성택 일당’의 숙청을 예고한 만큼 장성택 측근에 대한 심도있는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장성택과 측근이 자리하던 직위에 신진인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김정은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 중 장성택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과 가까웠던 엘리트로는 지재룡 주중 대사가 꼽힌다”며 “그러나 북한 외교에서 대중 외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지 대사의 처리를 놓고 북한 지도부가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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