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8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장성택에 대해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 및 ‘경제 매국행위’, ‘개인 비리’ 등의 혐의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당에서 출당 및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장성택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나가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북한이 고위 인사를 숙청하면서 현장에서 체포하는 장면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통해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일체 칭호를 박탈하며 출당, 제명시키는 ‘정치국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발표했다.
노동당은 이번 회의에서 “장성택의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했다”면서 “장성택 일당은 당의 통일 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규정했다.
통신은 “장성택이 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아첨분자들을 끌어당기면서 당 안에 분파를 형성하기 위해 책동했다”며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은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집행을 의식적으로 왜곡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당의 방침을 공공연히 뒤집어엎던 나머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하였다”며 “장성택 일당은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약화시킴으로써 제도보위, 정책보위, 인민보위 사업에 엄중한 해독적 후과를 끼쳤다”고 강조했다.
장성택의 실각과 관련, 사법·감찰 기능을 수행하는 노동당 행정부가 ‘특정 세력’을 결성해 당의 지도이념과 어긋난 행동을 해왔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또 “장성택 일당은 교묘한 방법으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주요한 몫을 담당한 부문과 단위들을 걷어쥐고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지하자원을 싼값에 팔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장성택이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 해외도박장 출입 및 외화 사용, 마약 중독 등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빠져 부정부패행위를 일삼았다고 강조했다.
장성택의 숙청을 공식화하면서 김정은체제 내부 권력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일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변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및 제거작업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노동당과 내각 등 북한 권력 지도부에서 장성택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단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장성택과 그 측근이 자리하던 직위에 신진 인사들이 대거 유입돼 ‘3기 김정은체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