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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김 모군(12)은 최근 부모가 5만원을 충전해 준 티머니(Tmoney) 카드의 잔액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인출했다.
김군은 그 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PC방에서 한 때를 보내고 간식까지 사 먹었다. 물론 부모님은 이 사실을 모른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친 아이들 한 무리가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몰라도 될 편법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지고 있는 한 장면이다. 이같은 ‘티머니깡’은 시중은행에서도 가능했다.
실제 기자가 어린이·청소년용 티머니 카드 잔액을 우리·신한·하나은행 ATM에서 인출을 시도해 본 결과, 모두 계좌로 이체가 가능했다. 즉, 티머니 잔액을 현금처럼 빼 쓸 수 있는 것.
이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일부 불량학생이 마음만 먹으면 약한 학우들의 티머니 잔액을 자기 통장으로 이체시킬 수 있다”며 “현금을 빼앗은 것처럼, 또 다른 청소년 범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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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같은 상황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수수료는 챙기면서 ATM을 통한 티머니깡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홍보실 이종수 과장은 “카드본부가 우리카드로 가서 티머니 관련 업무는 그 쪽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카드 구동진 홍보팀장은 “티머니 잔액이 (ATM에서) 인출되는 것을 처음 알았다. 거래 등의 확인은 우리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또 정현규 한국스마트카드 홍보팀 과장은 “전자금융거래법상에서 환불을 해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은행은 거래가 편리하기 때문에 환불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지만 자녀가 티머니 환불 행위는 부모가 지도해야할 부분”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팀장은 “미성년자라고 해서 ATM을 통해 티머니 잔액을 인출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의문일 수 있다. 하지만 악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팀장은 또 “특정수수료를 지불하고 환불받는 것도 일종의 거래다.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티머니 환불은 당연한 권리지만 청소년 등이 부모 몰래 인출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거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