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조정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당선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 핵무장에 대응할 수 있는 자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해 전술핵 재배치의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핵무기 제조 전 단계인 우라늄 농축과 핵 재처리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박 당선인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 자주권’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박 당선인이 자체적인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고 이해 당사자인 미국 정부에서도 ‘검토한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실제 전술핵 재배치가 논의될 경우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냉전시기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중시되는 세계 각 지역에 전술핵을 배치했다. 우리나라에는 1958년부터 배치됐지만 탈냉전 후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철수가 시작됐다.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은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다. 기존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북한과 전력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북핵 문제의 키를 쥐고 있으면서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
새누리당은 18일 당내에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향후 대북정책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원유철 의원이 ‘자체적인 핵 억제력 보유’를 강조하는 대북 강경론자라는 점에서 새 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내 공식회의와 인터뷰 등에서 “자위책 마련 차원에서 핵 폐기를 전제로 대한민국 핵무장 선언 필요성, 전술핵 한반도 배치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위에 고문으로 참여한 정몽준 의원이 전술핵 재배치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는 점도 이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을 비롯해 각 의원들도 대정부질문 등 공식회의를 통해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이를 추진할 경우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핵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미국 정부가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 비확산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전술핵을 배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5월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어떤 정책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안보를 위해 전술핵은 불필요하고 배치할 생각도 없다”며 전술핵을 재배치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