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의 대량 은퇴로 중장년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지금까지 20대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문화와 스포츠, 인터넷 쇼핑, 테마파크 등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최근 일본 소비시장에서 중장년층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편의점, 드럭스토어 등은 50대 이용객 수가 이전까지 이용횟수가 많았던 20대를 곧 추월할 것으로 보고 마케팅 전략을 50대 위주로 바꾸고 있다.
세븐일레븐 재팬(이하 세븐일레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0세 이상 이용객의 비중은 31%로 2년 전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아직은 29세 이하 이용객(33%)보다 낮은 수치이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대형슈퍼 대신 편의점을 찾는 중장년층 고객이 부쩍 늘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곧 50대가 20대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소량의 야채와 과일 등 1인용 제품과 화과자 등 50대가 선호하는 상품 등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중장년층이 이미 '주역'이 된 지 오래다. 야후의 지난해 6월 인터넷 매출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의 비율이 14.5%로 20대(14.2%)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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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와카야마 스포츠 클럽 요가 교실에서 중년 여성들이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 /출처=mican.kiilife.jp |
피트니스 체인업체 센트럴스포츠가 발표한 지난해 회원 자료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51.1%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60대는 33%로 두 번째로 많았다.
공연·문화 등 예술 분야를 취미로 택하는 5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2일 콘서트, 전시회 관람 등 문화, 예술 분야를 취미로 선택하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 산업지역연구소가 지난해 9월 수도권 거주 20세 이상의 남녀 13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조사에 따르면 '예술을 감상할 때 입장료, 티켓 외에 다른 지출이 있었는 지'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7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출 비용을 보면 식사가 70%로 가장 많았고 관련 음반이나 DVD, 기념품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29.8%는 이러한 소비가 최근 1년 새 늘었다고 답했다.
연간 소비액을 연령별로 보면 40대와 50대의 소비가 가장 높았다. 이들 가운데 12.1%는 5만~10만 엔 이상을, 13.2%는 10만엔 이상을 각각 지출했다.
연구소 측은 이에 대해 "예술 감상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관련 소비를 통해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중장년층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성은 주로 동행자로 '배우자'를 택하지만 여성은 '지인'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을 중심으로 대인 관계를 맺어온 남성은 은퇴 후 지인이 줄어드는 반면 여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자녀 부모와의 관계, 지역 사회 소모임 등이 많아지면서 대인 관계가 늘기 때문이다.
즉 여성이 소비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쿄 디즈니리조트는 최근 중장년 여성 고객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디즈니리조트 운영사인 오리엔털 랜드의 다카하시 와타루 집행위원은 "1998년 중년 여성 고객 비중은 전체에서 10% 이하였지만 지금은 20%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이치 경제연구소는 고도 성장의 주역이기도 한 중장년층이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고령층=가난한 비주류층'이 아닌 '부유하고 활동적이며 건강하게 장수하는 소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