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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난이도 혼란..결국 사교육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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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우 기자

승인 : 2012. 04. 08. 13:20

* 올 하반기 본격 시행..수능 영어 대체 가능성도 있어 학생들 부담
[아시아투데이=신현우 기자] #. 중학교 1학년생 학부모인 김모씨(48)는 자녀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국가영어시험) 대비를 위해 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쉽지 않다. 난이도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학원이 난이도 기준을 달리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고등학교 3학년생인 최모양(19)은 희망 학교의 수시모집 기준에 국가영어시험을 반영해 학습부담률이 증가했다. 정시지원까지 감안할 경우 기본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영역을 준비하면서 이 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영어시험이 생긴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거야? 토플 수준이냐, 토익수준이야?"

국가영어시험 실시를 앞두고 난이도를 가늠할 길이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난이도에 대한 정부와 학원가의 입장이 달라 누굴 믿어야 되는지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학교 진학교사 역시 정확한 난이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국가영어시험 준비 여부를 상담할 경우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일선학교 등에 따르면 2008~2011년 4년간 총 17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준비한 국가영어시험이 올 하반기 본격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가영어시험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2013학년도부터 국내 7개 대학(강릉원주대, 공주대, 대진대, 동서대, 부경대, 창원대, 한국해양대) 일부학과에서 국가영어시험 성적을 수시모집에 시범 반영한다.

수능 외국어 영역을 국가영어시험으로 대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올 하반기에 결정될 예정이다. 수능 영어를 국가영어시험으로 대신하게 된다면 201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반영된다.

고득점 기준에 대해 교과부는 ‘학교 수업만 충실히 할 경우 문제가 없다’고 공언하지만 학원가는 대학 입시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는 절대 그럴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거듭된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정부 기준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어학원 관계자는 "국가영어시험을 준비하는 사교육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는 공교육의 현실적 한계에 대한 방증이다. 더욱이 학부모와 학생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안감으로 국가영어시험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교과부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연습을 충분히 할 경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유형은 공개할 수 있지만 문제 등은 공개할 수 없다. 더욱이 내달부터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이트를 통해 국가영어시험 연습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등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이 시험을 반영할 예정인데 현재까지 신뢰도가 검증이 안 돼 과연 기준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대학에서 2013학년도 수시모집에 국가영어시험 시험 성적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기에 대학들도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선학교 진학교사들 역시 학생들이 국가영어시험 준비 여부를 상담할 경우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국가영어시험이 수능 외국어영역을 대체한다고 해도 얼마나 갈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2013학년도 수능을 치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이 최고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국가영어시험은 기본적으로 학교교육과정에서 영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인데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교육 시장에 아이들을 모는 것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준비를 권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난이도와 객관성 등에 대한 표면화된 자료를 정부가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부모, 학생, 교사 등이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이 시험은 현 교육당국이 사회적 합의보다 이해 당사자들끼리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 학업과의 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수능 대체 여부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가영어시험이 수능 외국어영역을 대체한다는 소문 탓에 일부 고액 영어전문학교(영어마을, 제주국제학교 등)의 입학만을 부추기는 사회 현상 발생하고 있다. 애초에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경우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능 외국어영역 대체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경우 영어 학습에 대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일선학교에서 국가영어시험과 관련해 여전히 준비가 미비한 상황에서 수능 대체 등을 강행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더욱이 수능 대체가 결정이 날 경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아이들은 유학을 가는 등의 선택을 할 것인데 이 때문에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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