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직업 이동성 약화, 부의 대물림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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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월세살이 중인 김모씨(28)는 최근 취업을 준비하다가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월세와 관리비가 부담돼 전셋집을 알아보게 됐다. 김씨는 대학교 입학금과 어학연수 비용 모두 혼자 벌어 지불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해 전셋집도 금방 마련할 줄 알았으나, 억소리 나는 전세 보증금에 계획을 접어야 했다. 김씨는 "여태까지 스스로 노력해서 대학 졸업까지 해냈지만 집 마련 같은 자산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와 직업은 스스로 노력해 바꿀 수 있지만 자산 만큼은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의 세대 간 사회이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직업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줄어든 반면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자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녀의 교육 수준은 여전히 연관성을 보였지만 1990년대생 이후부터 그 영향은 약해졌다. 직업 역시 최근 세대일수록 부모 직업보다 자녀 본인의 노력으로 상위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1980년대생 이후에는 부모 직업이나 성장 지역보다 자녀의 교육 연수가 직업 지위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자산 형성에서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여부가 자녀 삶에 결정적 변수가 됐다. 부모의 순자산이 많을수록 전세금·집값 등 자녀의 주거자산과 자녀의 5년·10년 후 순자산이 더 많이 증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최근 들어 '부의 대물림'이 더 강해졌음을 보여준 셈이다.
연구진은 "공부나 직업을 통한 사회적 이동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자산을 통한 이동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세대 간 격차가 굳어질 수 있어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