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칩 '中 AI 모델 학습' 우려한 듯
HBM 주요 공급 국내 업계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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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엔비디아에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4일을 시작으로 이번 수출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미국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내놓은 AI 칩 수출규제 중 가장 강도가 높다. 미국은 지난 2022년부터 수차례 반도체 장비 및 첨단 AI칩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H20과 같은 범용 칩은 규제 대상에 넣지 않았다.
수출규제 대상이 된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맞춤형으로 출시한 범용 AI칩이다. 미국 정부가 H100 등 고사양 AI 칩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자, 엔비디아는 지난 2023년 사양을 대폭 낮춘 H20을 개발했다. 이 칩은 현재 중국 기업들의 AI 모델 개발에 쓰이고 있다. 지난해 저비용 거대언어모델(LLM) 쇼크를 불러왔던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도 이 칩을 이용해 AI 모델을 개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IT기업들이 올해 주문한 H20 칩 규모는 160억 달러(약 2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는 직격탄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엔비디아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은 17% 남짓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수출규제 여파로 1분기 엔비디아의 손실액은 5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불똥은 국내 반도체 업계로도 튈 것으로 우려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주요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H20에 쓰이는 HBM3(4세대)와 HBM3E(5세대)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도 일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3.6% 하락한 17만4000원, 삼성전자는 3.3% 하락한 5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의 파장이 얼마나 번질지에 주목한다. H20이 중국에만 수출되는 품목이어서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과 함께 장기화될 경우 AI 시장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HBM 등 고사양 메모리에 주력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