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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른바 '관세 전쟁'과 관련,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 우방국들과 우선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밝힌 관세 우선협상 대상국에는 대미 무역흑자 국가들(한국·일본·인도)과 무역적자 국가들(영국·호주)이 뒤섞여 있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미국의 관세전쟁은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 차원을 넘어 중국 봉쇄라는 각별한 목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인도·영국·호주는 미국이 대(對)중국 억지력을 발휘하는 데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 우선 협상에 앞서 일본이 협상에 가장 먼저 참여하고 영국·호주·인도가 뒤를 잇는다.
이들 나라는 안보·경제 측면에서 미국이 그 중요성을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전쟁의 향방과 틀이 크게 바뀔 수 있다. 우리로서는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이 높은 관세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경우 국내 관련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선 협상에서 실질적 결실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비품목이 미국에서 고율의 관세 부과로 인해 판매가격 급등 등으로 미국 내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되면, 결국 국내 생산 라인도 감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등 지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일 협상 과정 등을 면밀히 잘 살펴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협상을 먼저 하는 국가가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비록 우리나라가 일본 다음이기는 하지만 다른 국가들보다는 먼저 협상에 나서게 되는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물론 협상이라는 게 상대방이 있기에 우리 마음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미국과 전통적 우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잘 부각시켜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를 압박하는 전략을 동원하더라도 먼저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관세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고 주요국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트럼프의 성과 중심 의욕이 자국 내 물가 및 국채 금리 급등과 중국·유럽연합(EU) 등의 반발에 직면해 꺾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협상이 트럼프 정부의 충격적인 고율의 관세 정책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무역·방위비·자동차·반도체·조선·북핵 등 현안이 많은 우리로서는 트럼프의 협상 직접 참여가 예상되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정부 관련 부처들은 힘을 모아 국익 지키기 차원에서 양자 협상에 성실히 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