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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 대선이 불과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은 기정사실인 듯 보인다. 하지만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민주화 이후 치러진 8번의 대선 중 대선 50일 전 1위를 달리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6번이다. 그 예외가 바로 윤석열이 당선된 제21대 대선과 대선 재수에 나선 이회창이 뜻밖의 패배를 한 2002년 제16대 대선이었다.
제16대 대선 당시 이회창은 여야의 모든 후보를 압도했고, 그의 당선은 민주당에서조차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반면 당시 민주당은 김대중 정권의 각종 게이트, 대북송금 사건, 세 아들의 권력비리 등으로 인하여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은 노무현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였으나 당내에서조차 경쟁력에 의문을 품고 후보교체론이 제기되는 등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
노무현이 겨우 후보직을 유지하였지만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정몽준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노무현의 당선 가능성은 더더욱 멀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국 노무현은 48.9%로 46.6%의 이회창을 누르고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대역전극의 하이라이트는 단일화였다. 2002년 11월 초 노무현은 21.4%, 정몽준은 22.3%였고, 이회창은 37.2%의 지지율이었다. 노무현은 이회창을 떨어뜨리기 위해 정몽준 후보 측이 요구하는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고, 결과는 뜻밖에도 노무현으로 단일화되었다. 지지율은 폭발적으로 반등했고, 노무현은 20%의 격차를 극복하고 선두에 올라섰다. 당선을 기정사실로 여겼던 이회창이 뒤늦게 추격전에 나섰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 21대 대선, 전략적 단일화 진행 중
그런데, 이재명에게 16대 대선에서의 이회창의 그림자가 뚜렷이 보인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윤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확고하게 당권을 장악하여 대표직을 연임하였다. 국회의원 공천을 통해 당내 친위대를 만든 이재명은 당내 경쟁자가 없어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16대 대선에서의 한나라당처럼 아무런 감동이 없는 통과의례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보수우파 진영은 윤 대통령의 억울한 탄핵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과 달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대승적인 단합을 하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16대 대선 당시 민주당과 같은 우려할 만한 갈등과 분열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 유력 후보들도 대선승리를 위한 통합과 단결이라는 대의명분에 동의하고 있다.
사실 김대중에 비해 윤 대통령 정권하에서 두드러진 게이트나 실정도 없었고, 탄핵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비상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의 입법, 예산, 탄핵소추 등 의회권력의 남용과 권력분립 원리의 붕괴, 국민주권의 실현을 위태롭게 만드는 부정선거 가능성의 문제 등이 드러났다. 그래서 국민들의 지지도 면에서도 윤 대통령과 김대중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50여 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출마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일부 유력 후보들이 한 총리의 대선출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왜냐하면 한 총리의 무소속 출마는 보수우파의 외연을 확장하고, 국민의힘 후보와 한 총리 간의 단일화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켜 궁극적으로 대선승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총리와 국민의힘 후보 중 누가 되든 국민들은 상관없다. '꿩 잡는 게 매'이듯이 전략적 단일화가 최선이기 때문이다. 반국가세력과 부화뇌동하여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의 길로 갈 위험성이 큰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그 누구라도 선이고 정의이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수우파와 대한민국,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는 'Yoon Again'을 통한 통합과 단결로 극복해야 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이 바로 '보수우파 Big Tent'에서 전략적 단일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 당선 후 불소추특권을 내세워 진행되는 5개의 재판을 정지시키려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이재명도 결국 이회창의 전철을 속수무책으로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또다른 이회창 패배의 교훈,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
특히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이회창이 앞선 15대 대선에서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가 분열이었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 당선의 가장 큰 이유는 DJP연합이 아니다.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가 김영삼 대통령의 묵인하에 불복하고 대선 출마하였기 때문이다. 이인제가 얻은 492만5591표는 김대중과 이회창의 표차의 12배가 넘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대선에서조차 문재인의 득표율은 41.18%였고, 홍준표와 안철수가 단일화했다면 최소 45.45% 득표로 승리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12척의 배가 남아 있어 명량대첩 승리의 희망이 되었듯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보수우파가 이번 대선을 이길 비책은 간단하다. '이회창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노무현 승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는 삼척동자도 아는 그 진리를 이번 대선 전략의 기본으로 삼으면 된다.
정준길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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