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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쉬쉬하던 신안 염전 노예, 터질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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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4. 16. 12:06

정채현 증명사진
최근 미국이 전라남도 신안군 태평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 제품에 대해 전격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천일염 생산에 '강제노동'이 동원됐다는 것이 이유다. 그간 여러차례 태평염전 강제노동, 즉 노예 의혹이 불거지며 공론화됐지만 처벌은 미미했다. 국내에선 쉬쉬하던 태평염전 노예 문제를 미국 측이 터뜨린 것이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3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태평염전이 강제노동을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인도 보류 명령(WRO·Withhold Release Order)'을 발령했다"며 "모든 미국 입국 항구의 CBP 직원은 즉시 한국 태평염전에서 공급되는 천일염 제품을 억류하라"고 발표했다. 피트 플로레스 CBP 청장 대행은 태평염전 조사 과정에서 사기, 신분증 압류, 협박 및 위협, 신체적 폭력, 임금 보류, 과도한 초과 근무 등 강제노동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안군은 이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출 금지 조치로 염전 인식이 악화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신안군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신안 태평염전 노동자의 신체적 폭력과 협박 및 위협 등 강제노동은 사실이 아니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도 "미국에 수출되는 태평염전 생산 천일염은 모두 강제노동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신안 지역 '염전 노예' 의혹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제기됐다. 태평염전을 비롯한 신안 염전에서 인신매매한 지적장애인을 강제로 천일염 생산에 동원해 왔다는 것이다. 2014년 첫 '염전노예' 폭로 당시 처벌 받은 염전 관계자는 1명 뿐이었고 형량도 징역 1년 2개월에 그쳤다. 2022년, 일부 염전 노동자들이 언론을 통해 "도망갔다 잡혀왔다"는 등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2023년 9월에는 염전 곳곳을 돌아다녔던 유튜버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사법처리를 당했다. 이처럼 신안 염전은 처벌에서 자유로운 곳이었다.

태평염전은 단일면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천일염 생산 염전으로 지난 2007년에는 국가등록문화재 제360호로 지정되기도 한 곳이다. 1953년 조성된 태평염전은 매년 천일염 1만 6000톤 가량을 생산하며 국내 천일염 생산의 6%를 담당하는 국내 최대 단일 염전이다.

국내 최대 단일 염전으로 한국의 큰 자산인 만큼, 국가 이미지 손실과 함께 수출 금지에 따른 타격이 우려된다. 우리 정부와 언론, 사법부는 신안군 감싸주기에서 물러나 지금이라도 과거 잘못을 짚고가야 할 때다. 미국의 WRO 발령을 해제하려면, 태평염전과 강제노동이 무관함을 입증해야 한다. 하루라도 빠른 염전 노예 인정과 사과, 후속조치 등의 노력이 미국 수출 재개의 길이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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