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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칼럼] 입법부의 헌법 준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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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02. 18:05

김상겸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최근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의 몇몇 법안들이 심각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상당수의 법률안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심각한 법률안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 그리고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의 제한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헌법의 관련 규정에 배치되는 내용을 갖고 있다.

이번 민주당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재판관 지명권이 없다는 것이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같은 인사권이 없기 때문에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의 임명만 할 수 있고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즉 헌법재판관의 임명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법률안은 헌법의 관련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라고 규정하여,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함을 명문화하고 있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헌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어서 국가원수로서 행사하는 권한의 일부를 자제하여 행사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법리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권한대행은 헌법에 의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상목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은 임명하였다. 그렇지만 국회가 헌법적 관행을 무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은 헌법이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형식적 임명권이면서 9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사를 통하여 임명할 수 있는 실질적 임명권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의 자격 기준에 적합한지 판단하여 임명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의 헌법재판소 관련 규정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헌법 제111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하면서, 제3항은 "제2항의 재판관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보면 헌법재판관 9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지 국회나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의 헌법재판관 임명 규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입법부인 국회,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추천하면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즉 헌법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자격으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인의 임명권을 부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입법·행정·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서 갖는 지위를 고려하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다음 헌법재판관 임기와 관련하여 헌법은 제112조 제1항에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라고 하여, 6년의 임기와 연임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헌법재판관의 연임에 대하여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을 뿐, 임기는 6년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헌법 규정에 반하여 법률로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입법·행정·사법부의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의 규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의 6년 임기가 끝나면, 그 재판관을 추천한 국가권력이 새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추천 몫인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면 그 자리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추천하고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통령이 권한 행사가 정지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관 2인을 임명하면 된다.

이번 야당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헌법 제111조 제2항과 제3항, 제112조 제1항, 및 제71조, 그 밖에 헌법 제66조 제1항도 위반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헌법이 대통령에 부여한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대통령 권한대행에 관한 헌법 규정도 위반하고 있다. 그리고 법치국가 원리로부터 나오는 헌법우위의 원칙을 위반하고, 입법권이 행정권과 대통령의 권한도 침해하여 권력분립 원칙도 위반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은 명문으로 입법권이 헌법에 기속한다고 하여 헌법을 준수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독일 기본법처럼 명문 규정은 없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국회가 헌법을 준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국회를 통하여 국정에 참여하는 정당도 마찬가지이다. 헌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헌법에 따른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위헌적 내용의 입법을 계속한다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게 된다. 그리고 헌법 질서를 도외시하는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행정과 사법을 무력화하거나 과도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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