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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정치’·‘눈치’에 멍들어가는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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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4. 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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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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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김다빈 기자
"마치 선장을 잃은 배를 남은 선원들이 몰고 가는 모습이다".

현재의 우리 부동산 시장과 이를 이끌어가는 정부 등의 정책 실태를 두고 한 어느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은 '혼란'한 상황에 놓여있다.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그 외 경기 지역 간 아파트 매매·청약 시장 내 양극화가 심각해서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과열'을 명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좀처럼 정부가 내놓은 시장 안정화 혹은 부양 정책의 '약발'이 효과를 내지 못하며 시장 안정화는 공허한 외침이 되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정책이 소위 시장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명확히 시장 상황을 진단해 나온 정책이라기보다는 주택 수요자 '입맛' 혹은 대중이자 국민의 '평가'에 치우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헛발'로 평가되고 있는 서울시·국토교통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토허제) 해제 후 재지정이다. 지난 2월 13일 서울시는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허제 지정을 전격 해제했다. 그 뒤 35일 만인 3월 19일 서울시는 이곳들의 토허제를 재지정하는 것은 물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전역과 용산구에도 토허제를 적용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어긋난 시장 상황 판단이 빚어낸 '촌극'이나 다름없다.

작년 9월부터 정부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고, 시중은행 등에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작년 여름 서울을 중심으로 활활 타오르던 수도권 집값은 제동이 걸렸다. 주택 수요자들이 대출을 일으키기 어려워진 만큼, 거래량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집값 시세가 하향 곡선을 그렸던 것이다. 다만 이는 '일시적 제동'에 불과했다. 작년 연말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었고, 수많던 서울 아파트 매입 수요가 단기간 자취를 감췄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대출 규제 등이 완화되면 언제든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다시 불붙을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서울시는 '판단 미스'를 저질렀다. 시장 상황을 관망세로 보지 않고, 침체로 판단해 서울 부동산 시장 부양을 목적으로 토허제를 해지했기 때문이다. 잠삼대청의 토허제 해제는 언제든 강남권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매수 관망세에 불을 지피기 충분했고, 강남에서부터 시작한 부동산 수요는 결국 서울 전역으로 퍼졌다.

정치는 진영·입장에 따른 상반된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부동산 정책은 이와 달리 운용되어야 한다. 특히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면 안 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급격히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하는 중책을 맡은 정부 당국은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만, 작금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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