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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조 유증’ 택한 김동관… 방산·조선 일류 도약기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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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기자

승인 : 2025. 03. 23. 17:45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
자본 조달로 현지 거점 확보
미국발 기회에 당국도 지원
해외 조선소 인수·투자 지속
시장, 한화 적극 행보 긍정적
주주 가치 하락 논란도 공존
임원들, 지분매입해 우려 대응
빅딜과 초대형 투자로 재계 7위 기업을 일군 한화그룹의 승부사적 기질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3조6000억원 유상증자로 실탄 확보에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얘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가 직접 지분 매입에 나서며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을 내보였다. 물 들어 온 미국발 조선·방산 투자에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이 강력 지원에 나서기로 했고 JP모건 등 해외 기관들의 평가 역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2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전원 회사 주식 매수를 선언했다. 김 부회장이 약 30억원 규모(21일 종가 기준 약 4900주)로,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이 유상증자에 따른 우리사주 매입과 별도로 각각 약 9억원(약 1450주), 8억원(약 1350주) 규모로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 금액은 지난해 연봉에 해당한다. 김 부회장과 손 대표, 안 사장은 24일부터 순차적으로 매수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지분 매수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20일 회사는 이사회에서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3조6000억' 왜 급했나… "투자시점 실기하면 도태"

이날 지분 매입을 선언한 손재일 대표는 비장했다. 손 대표는 "투자 시점을 실기하면 반짝 호황으로 끝나고 도태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중장기적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준비, 발굴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해군 전력 격차를 좁힌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을 활용한 해군력, 조선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 해군은 신규 함정 조달에 2054년까지 연평균 약 300억달러(약 42조원) 투입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296척인 함정도 2054년까지 381척으로 늘린다. 퇴역 함정 등을 고려하면 향후 30년간 신규 함정 364척이 필요하다.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도 기회다. 미 해군은 함정 유지·보수·정비에 연간 10조원 규모 예산을 쓰고 있다.

한화의 유상증자 목표도 여기에 맞춰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재원 가운데 8000억원을 미국 중심으로 해외 해양방산·조선해양 생산 거점 확보에 쓸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 이 곳을 미국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 사업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한화는 필리 조선소 인력 충원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재정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미국 함정 건조 핵심 기업인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에도 대규모 투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지난 17일 호주증권거래소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

추가로 호주 증권사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에 대한 총수익스와프(기초자산 보유하지 않고 자산에 연동된 수익손실만 취하는 것)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 11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제조업체 다이나맥 지분 95% 이상을 확보해 사실상 인수했다. 싱가포르에 생산거점 2곳을 보유한 다이나맥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등 해상 설비 핵심 제품 건조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그룹은 "거제 옥포 조선소, 미국 필리 조선소, 싱가포르의 다이나맥 조선소를 연계한 멀티야드(Multi-Yards) 전략을 실행 중"이라며 "미국과 호주에 조선소를 보유한 오스탈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 같이 해외 조선 시설과 지분 투자를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방산 시장도 목표다. 유럽에 대한 미국 방위비 지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트럼프 대통령 인식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안보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유럽은 '유럽에서 생산된 무기'를 통해 재무장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방산 블록화에 대비하기 위해 단시간 내 현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로 확보 가능한 자금 중 1조6000억원을 폴란드, 루마니아, 호주, 미국, 사우디 등에서 생산거점 확보 및 합작법인(JV) 설립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그룹은 "목표는 10년 뒤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이라고 밝혔다.

◇ 유증에 단기 시장은 출렁… 투자 가치 알아본 금융당국·해외기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근 경영실적과 현금흐름이 양호한 상황에서도 유상증자를 발표해 주주가치 하락 논란이 제기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기업 자금 확보 수단에는 회사채 발행, 내부 보유 현금 활용, 대출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 주식 가치를 희석해 손실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해외기관에선 한화그룹의 적극 행보에 긍정 평가를 했다. 한화는 주주 가치 하락 논란에는 경영진 지분 매입으로 책임 경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JP모건은 유상증자에 대해 "자본 조달 수단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단기 주가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우리는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회사가 글로벌 기회와 한계를 이해하고 있으며, 투자 결정이 이러한 기회를 잡는 핵심 단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삼겠다면서도 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은 "최근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등 대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K-방산'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유상증자에 대해 회사와 적극 소통하며 신속히 추진되도록 최대한의 심사역량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유상증자에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3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밝히면서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방산 수출이 내수를 앞지르는 등 그룹의 역량을 끌어모아 새 역사를 써나가는 중이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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