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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퓨리오사AI에 쏟아지는 ‘글로벌 러브콜’이 마냥 반갑지 않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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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03. 06. 14:48

김영진
김영진 비즈·라이프부 기자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있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가 토종 AI스타트업 퓨리오사AI 인수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가 퓨리오사AI에 전략적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토종 AI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기업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은 건 분명 '굿뉴스'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왜 그럴까. 퓨리오사AI는 2017년 창업한 팹리스다.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차량용 NPU를 개발한다. 삼성전자와 AMD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립멤버다. 2021년 첫 AI 반도체 '워보이(Warboy)'를 내놨고, 지난해 8월 '레니게이드(RNGD)'를 공개했다. 이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은 그러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창업 후 지금껏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R&D를 위해선 더 많은 자본이 필요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투자금을 조달받기는 힘들었다. 국내 벤처캐피털(VC) 등은 소극적이었다. 수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엔 선뜻 투자 지갑을 열지 않아서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팹리스 등 소규모 기업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재정·금융 지원에 정책 지원의 무게가 쏠려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퓨리오사AI 측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느껴왔다. 반도체는 글로벌하게 경쟁해야 하는 제품이어서 스케일업을 해야 하는데 자금이 많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퓨리오사AI 최대주주인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 자본으로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까지는 키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퓨리오사AI가 해외 빅테크와 협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게 이번 퓨리오사AI 사례"라고 꼬집었다. 토종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어찌보면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신생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지적이다.

이제라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AI 반도체 지원사업과 투자환경을 원점에서 면밀히 점검해봐야 한다. 그게 선행되지 않으면 퓨리오사AI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건 넓은 의미의 '국부 유출'이다. 더 이상 한국이 AI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에서 멀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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