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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앞둔 금융그룹…‘4社4色 이사회’로 변화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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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 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3. 05. 18:34

신한, 여성비중 늘리고 일본통 확대
KB, 경제 전문가 영입해 전문성 제고
우리, 내부통제·윤리경영 확대 중점
'함영주 2기 체제' 하나…안정성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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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금융그룹이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에 변화를 꾀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를 교체한 곳도 있지만,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그룹별로 특수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몇 년간 부당대출과 횡령 등 금융사고로 잡음이 많았던 우리금융은 내부통제와 윤리경영 확대에 중점을 두고 이사회 틀을 새로 짰고, 신한금융그룹은 다양성 차원에서 여성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일본통도 확대했다.

KB금융그룹은 금융·경제통 이사들이 퇴임한 만큼 경제·회계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새로 영입하며 전문성과 연속성을 한층 제고했다. 하나금융그룹은 4대 금융 중 이사회 변화가 가장 적었는데, 함영주 회장 2기 체제가 본격 시작되는 만큼 그룹의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성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함께 독립성을 강화해야 이사회 운영도 원활해 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23명 중 9명을 교체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리금융이 임기만료 이사 5명 중 4명을 교체해 교체 폭이 가장 컸다. 반면 하나금융은 5명 중 1명만 교체해 이사회의 변화가 가장 적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도 각각 2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했다.

이사회에 새로 합류한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들 금융그룹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KB금융은 이사회 의장이었던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그룹 정관상 맡을 수 있는 5년간의 임기를 모두 채우면서, 이 자리에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금융, 경제 전문가가 빠진 자리에 금융 및 회계 전문가를 채워 금융그룹 이사회의 전문성을 이어간 것이다. KB금융 측은 "차 교수는 금융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지주, 은행, 카드 등 주요 금융사의 사외이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고, 김 대표는 회계감사와 경영자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신한금융은 다양성과 ESG경영에 집중했다. 임기가 끝난 진현덕 사외이사와 최재붕 사외이사 자리에 양인집 어니컴 대표이사 회장과 전묘상 일본 스타트업 스마트뉴스 운영관리 헤드가 추천됐다. 양 회장과 전 헤드는 모두 일본통이다. 전 헤드는 일본 공인회계사이자, 진현덕 사외이사와 같이 재일교포 주주 추천 인사다. 양 회장은 손해보험 대표이사와 하이트진로 해외사업총괄사장을 지낸 데다 주일한국기업연합회 회장을 맡아온 경영전문가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교체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44%까지 확대하면서 4대 금융 중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앞서게 됐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여성 사외이사가 3명이었고, 우리금융은 2명이었다.

대대적인 이사회 변화를 꾀했던 우리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을 교체했다. 교체된 사외이사 모두 과점주주가 추천했던 이사들이다. IMM PE가 과점주주에서 제외되면서, 과점 주주추천 사외이사는 3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는 이강행(한국투자증권), 김영훈(키움증권), 김춘수(유진PE), 이영섭 후보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구성에 있어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경영 안착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경영진 견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임기만료 사외이사 5명 중 4명은 재선임하고 이정원 이사만 교체했다.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는 SC제일은행에서 여신심사부문장을 맡아온 리스크 전문가다. 이정원 사외이사가 신한은행 여신심사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신 리스크 전문성을 이어간 셈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4대 금융 중 이사회 변화가 가장 적었는데, 이는 함영주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2기 체제를 시작하게 되는 만큼,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4대 금융그룹 이사회가 다양성과 전문성은 강화하고 있지만, 독립성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의 근본적인 역할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라며 "독립성을 갖고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회는 금융·경제에 대한 폭넓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현재 금융그룹 이사회가 발전적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역할은 충분치 않기 때문에 금융그룹의 방향성을 이끌어갈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은국 기자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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