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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전지훈련서 1년 농사 다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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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2. 20. 09:49

곽재승 FIFA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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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전지훈련 담당 곽재승 FIFA 에이전트(왼쪽)와 장원재 선임기자./ 사진=전형찬 기자
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선임 기자 = 축구가 발전하면 연관 산업도 발전한다. K리그 26개 구단은 물론, 대학팀 중에도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팀이 있다. 4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한 달 이상 머물며 전문성을 연마하는 기간이라, 현지 지원인력도 프로페셔널하게 움직여야 한다. 전지훈련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 자기소개 부탁한다.

"성남 FC에서 10년간 근무하고, 2025년부터 치앙마이에서 전지훈련 및 선수 에이전트 업무를 하고 있는 곽재승이다. 피파 에이전트다."

- 성남 FC 입사 계기는.

"어린 시절 축구 선수를 꿈꿨다. 그래서 브라질 유학도 다녀왔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빠르게 축구를 포기했다. 그래도 축구가 좋아서 축구와 관련된 일을 찾았다."

- 구단이나 협회, 연맹, 에이전트 등을 말하나.

"맞다. 저는 그중에서도 구단 쪽에 관심이 많았다. 길을 찾으려고 프로연맹에서 하는 축구 산업 아카데미도 수료하는 등 준비를 해서 성남 FC 마케팅 팀으로 들어갔다."

- 브라질은 몇 살 때 갔다 왔나.

"2004년, 17살 때 다녀왔다. 그전까지는 클럽 축구를 하다가 2002년 월드컵을 보고 한 번은 본격적으로 선수로 뛰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일단 브라질로 간 거다."

- 선수 생활을 중단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있다. 클럽 축구 수준에서는 제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딪혀보니 한계를 느꼈다. 어쨌든 축구를 다른 선수보다 늦게 시작한 것이 컸다."

- 언제 축구를 시작했나.

"정식으로 한 건 브라질로 간 이후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클럽 출신 선수가 고교, 대학, 프로팀에 갈 수 없었다."

- 어떤 한계를 느꼈나.

"한국은 클럽 축구에서도 체력적인 부분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브라질 훈련 시스템을 못 따라갔다. 기술적인 면, 기본기 등에서 축구를 계속해왔던 선수들보다 현저히 못 미치니까 빨리 결정했다. 축구를 그만 두고 축구 관련 다른 일을 하기로."

- 성남구단에서 했던 구체적인 업무는.

"처음에는 마케팅팀 업무를 했는데, 선수단 현장 지원인력 중 결원이 생겼다. 장비사 업무 제안을 받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제가 현장을 워낙 좋아하니까 그 현장에 들어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오케이 한 거다. 2015년 말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장비 업무를 담당했고, 2017년부터 5시즌 동안은 팀 매니저로 일했다."

- 그렇게 축구의 모든 것이 좋았나.

"저는 축구에 미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 곽재승 에이전트가 성남 FC에서 일할 때는 구단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명문 구단의 암흑기였다.

"그전에 K리그 3연패할 때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했지만, 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는 시민구단 최초로 ACL에 참가해 16강도 진출했다. 그런데 그다음 해에 바로 강등이 됐다."

- 강등이 되고 2년 후인 2018년에 승격했지만 또 떨어졌다.

"2019~2021년엔 K리그 1에 생존했지만 22년에 또 강등이 됐다. 그리고 23년 K리그 2 9위, 24년엔 최하위를 기록했다. 추억도 많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 강등 시즌에 프런트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어느 정도인가.

"강등이 눈앞에 다가오면 당연히 다음 해 예산 걱정을 한다. 시에서 어쨌든 지원을 줄일 것이고, 그러면 구단이 기존에 해오던 걸 모두 줄여야 한다. 프런트 급여부터 줄어드니 강등에 대해서는 항상 압박감이 있다. 선수단이 잘해주기만을 바라는데 경기가 바람대로 결과가 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 예산안도 따로 준비하나.

"잔류 시, 강등 시 예산안 2개를 만든다."

- 그러면 반대로 승격 시즌에는 되겠다는 희망의 조짐이 보이나.

"저는 승격을 한 번 겪어봤다. 2018년 당시에는 톱스타는 없었지만 정말 선수단 전체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가진 능력의 100%를 쏟아내고 유니폼이 다 흙으로 뒤덮이고 당시 남기일 감독과 이정효 수석 코치 두 분의 지도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초반에 12경기에서 7승 5무를 했다."

- 그때 느낌이 왔나.

"승격하겠구나, 라는 느낌이 왔다. 그런 흐름이 초반부터 이어졌고 2위로 승격했다."

- 성남구단 시절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너무 많아서 갑자기 말하려니 생각이 안 난다."

- 성남구단을 나오게 된 이유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구단에서는 팀 매니저, 행정, 국제 업무, 이적 업무를 다 해봤다. 제가 좋아하는 건 축구 현장 및 선수와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에 에이전트라는 꿈이 생겨서 퇴사했다. 2024년 3월에 퇴사했는데 자격증을 5월에 못 따고 11월에 따는 바람에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 에이전트로 지금 본인이 계약한 선수는 있나.

"아직은 없다. 말씀드린 것처럼 제 계획이 조금 틀어져서 그렇다."

- 피파 에이전트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합격 요령을 알려달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부탁한다.

"피파 에이전트의 시험 범위는 피파에서 정해주는 영문 자료다. 영어가 부족한 분들은 영어로 공부하지 마시고, 모든 자료를 한글로 번역해서 공부하시면 오히려 모든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로 문제가 나와도 수월하게 풀 수 있다."

- 본인만의 노하우인가.

"5월 시험 때는 영어로 공부하고 영어로 중요한 부분을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까 영어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시험에 떨어졌다. 한글로 공부한 후엔 제가 모든 개념을 알고 있으니까 어떤 영어 문장이 나와도 제 이해한 범위 안에서 해결이 가능했다."

- 답은 영어로 써야 하나.

"아니다. '~~인 부분을 모두 고르시오'라는 문제가 나오면 답이 하나일 수도 있고 두 개일 수도 있고 세 개일 수도 있다. 그걸 정확하게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개념이 정착돼 있지 않으면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 그럼 규정집을 다 번역했나.

"700페이지 가량의 영문 규정집을 한글로 다 번역하고 통째로 암기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모든 개념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영어로 문제가 나와도 답을 잘 고를 수 있었다."

- 2025년 전지훈련 담당 팀은.

"저희 회사에서 총 9개 팀을 맡았다. 프로는 6개 구단, 대학 3개 팀이다. 광주, 대구, 경남, 성남, 충남 아산, 부산 그다음에 장안대 신성대 한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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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승 에이전트가 매치메이킹 한 경남:장안대의 연습 경기. 치앙마이 스타디움에서 열렸고, 태국 심판이 경기 운영을 맡았다.사진=전형찬 기자
- 전지 훈련할 때 본인이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일단은 훈련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장에서는 전지훈련 때 1년 농사가 다 지어진다고 한다. 훈련장 피치 컨디션, 기후 그다음에 음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전지훈련 때 컴플레인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러면 원활한 훈련이 되기 어렵다. 심지어 예전에 훈련 환경 문제로 전지훈련 갔다가 돌아온 사례도 있다."

- 앞으로 본인이 꿈꾸는 미래는.

"현재 전지훈련 업무와 선수 에이전트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일단 전지훈련 관련해서는 치앙마이 외에 더 많은 곳을 개발해서 환경이 좋은 곳에서 K리그 팀들이 원활한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 치앙마이를 비롯, 태국으로 많은 팀이 전지훈련 오는 이유가 있다면.

"일단은 환경이 좋다. 연습 구장이 잘 갖춰져 있고 날씨가 좋다. 치앙마이는 습도가 낮아서 공기가 훈훈하면서도 끈적거리지 않는다. 그다음에 항공편도 직항이 있다. 비행시간도 짧고 또 한식 공급도 잘되는 편이라 각 구단이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체제비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 선수 에이전트로서는 어떤 목표가 있나.

"선수를 위해 헌신하고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맞춰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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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에 열린 경남과 장안대의 연습 경기. 2-2로 비겼다./ 사진=전형찬 기자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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