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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기자의 문화路] 엮고 꼬고 박음질해 구축된 신성희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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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2. 19. 13:31

갤러리현대서 신성희 개인전...내달 16일까지
천장에 매달린 3점, 스테인드글라스 美 연상시켜
17. [갤러리현대] 신성희, 《꾸띠아주, 누아주》,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5_스케일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들어서면 거미가 거미줄로 집을 짓듯 색 띠들을 직조해 완성된 입체적인 회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캔버스를 찢은 다음 이를 엮고 꼬고 박음질한 신성희(1948∼2009)의 작품들이다.

신성희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추상회화를 그린 뒤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그것을 박음질로 잇는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이 '꾸띠아주'(박음회화) 시리즈다. 이후 작가는 잘라낸 캔버스 색띠를 틀이나 지자체에 묶어 그물망을 만든 '누아주'(엮음회화) 시리즈도 선보였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회화의 평면성을 파괴하고 3차원적 입체와 부피감을 도입했다.

[갤러리현대] 포트레이트 이미지_신성희
신성희 작가. /갤러리현대
전시장 1층에서 만나게 되는 대형 작품 '공간별곡'은 신성희의 '누아주'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의 작품이다. 전시 관계자는 "최소 서너 점의 평면 추상 회화가 해체됐다가 다시 엮여져 완성된 대작"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작품은 작가 작품 전체에서 단 3점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누아주' 시리즈는 직접 그린 캔버스를 자르고 찢는 파괴의 고통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작가에게 놀라운 미학적 발견과 창작의 희열을 선사했다.

4. [갤러리현대] 신성희, 《꾸띠아주, 누아주》,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5_지하 1층
신성희의 '꾸띠아주' 시리즈 대표작인 '연속성의 마무리' 3점이 천장에 매달린 채로 전시되고 있다. /갤러리현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신성희의 '꾸띠아주' 시리즈 대표작인 '연속성의 마무리' 3점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격인 이 세 작품은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천장에 매달린 채로 전시돼, 작품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신성희는 1980년 파리에 도착해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스테인드글라스로 쏟아지는 빛의 향유에 매료됐다"면서 "작품의 앞보다 뒤가 더 아름다워 천장에 걸었다"고 설명했다.

신성희 작품 뒷면
신성희의 '연속성의 마무리'의 뒷면. /사진=전혜원 기자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23살 때인 1971년 완성한 3부작 회화 '공심'(空心)도 처음 공개됐다. 창문 밑에 누워있는 인물의 모습이 점차 왜곡되어가는 모습을 벽지에 표현한 작품이다. 신성희는 이 작품으로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꾸띠아주, 누아주'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신성희의 전시는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이다. 1980년대 초반 김창열 화백의 추천으로 파리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던 신성희의 작업실을 방문한 것을 인연으로 1988년 갤러리현대에서 첫 개인전이 열렸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1980년대 당시 신성희는 한국 미술계에서 찾아볼 수 없던 화려한 색채에 '종이 뜯어부치기'와 '뚫린 공간'이라는 특징을 가진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선보였다"고 돌아봤다.

갤러리현대는 IMF 외환 위기를 겪던 1998~2000년 파리에서 트럭을 빌려 신성희의 '누아주' 시리즈 수십 점을 싣고 아트 바젤 페어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3년 연속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갤러리현대] 신성희, 아카이빙 이미지 (1)
신성희의 작업 모습. /갤러리현대
재봉질과 엮기를 통해 구축한 독특한 회화작품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신성희는 생전 파리 개선문에 프랑스 국기의 3색 색띠를 이용해 작업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하지만 2009년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프로젝트는 안타깝게도 성사되지 못했다. 전시장에서 상영되는 영상을 통해 이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파리 개선문 갤러리현대
신성희가 생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파리 개선문 프로젝트 프로토타입 이미지. /갤러리현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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