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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NDTV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미국 워싱턴DC를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13일 열릴 예정이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디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에 이은 네 번째 정상회담 상대다.
브라흐마 첼라니 뉴델리 정책 연구센터 명예교수는 트럼프 1기 행정부때는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번창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동안 양국 관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분열로 인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동원해 러시아를 처벌하고, 이상적으로는 러시아를 바꾸고 싶어했다. 하지만 인도는 이런 노력에 동참하기는 커녕 중립을 유지하며 오히려 값싼 러시아 석유를 확보할 기회를 잡았다.
그 밖에도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와 군부에 맞서고 있는 무장단체들에 적정 수준의 지원으로 군사정권을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시도가 인도의 접경지대인 마니푸르주의 불안정성을 키웠다는 점 △힌두교와 이슬람 간 종교적 대립으로 '앙숙'으로 여겨지는 파키스탄에 신형 F-16 전투기 패키지 판매를 승인한 미국의 행보 △친인도파였던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퇴진 이후 수립된 임시정부를 미국이 환영한 점 △미국이 자국 내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보호 입장을 밝히고, 인도가 미국과 캐나다의 시크교 무장 세력에 대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혐의에 대해 미국이 형사 수사를 실시한 점 등도 양국 관계를 경색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인도에겐 곧 양자 관계 재설정의 희망으로 다가온 셈이다. 특히 첼라니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종결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은 인도의 중립행보가 더 이상 문제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극적인 연출을 즐기는 민족주의적 정치 성향 등 강한 유대감도 공유하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두 사람은 함께 미국 휴스턴에서 5만 명의 인도계 미국인과 여러 미국 의원들이 참석한 대중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듬해 2월 인도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10만명이 넘는 인도인 앞에서 "미국은 인도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미국은 항상 인도 국민들에게 충실하고 충성스러운 친구가 될 것"이라 선언하며 모디 총리와의 '브로맨스'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기엔 불안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관세 인상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까지, 선거 공약 이행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딱히 대우한 것은 없다.
미국이 군용기를 동원해 100명 이상의 인도인들의 손발을 족쇄로 채워 돌려보냈고 모디 총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선제적으로 인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에서 인도를 제외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인도의 경제도 둔화될 수 있다.
첼라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련해 친구와 적을 똑같이 대한다"며 "관계 계선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모두 인도가 중국의 패권적 야망에 맞서는 데 있어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여전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파트너고, 두 국가의 협력이 결국은 두 나라의 공동 이익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요구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두 정상의 만남은 '거래'적인 성격이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도 정부는 이미 관세 인하·미국산 무기와가스 수입 확대 방침 등 '선물'을 안기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이를 구체화하는 한편, 최대 쟁점인 무역과 불법체류자 문제 외에 원자력 개발 협력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