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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이 가뜩이나 침체해 있는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이나 서울과 가까운 경기 인기지역들에는 청약 수요자가 몰리고 있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청약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줍줍을 통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설사의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국토교통부는 11일 무순위 청약에서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거주지 요건은 시장·군수 등이 탄력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무순위 청약은 1·2차 청약 등에서 모집 가구 수 미달이 발생했거나 계약 포기 등으로 생기는 잔여 물량을 다시 청약 받는 제도를 뜻한다. 미분양 우려가 컸던 2023년 2월 말 무순위 청약 요건을 완화했던 정부가 2년여 만에 다시 청약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간 국내 거주 성년자라면 조건 없이 누구나 청약을 할 수 있어, 무주택자 등 실제 주택이 필요한 이들이 소외받고있다는 지적에 따른 셈이다.
이에 국토부는 무순위 청약 신청자격을 무주택자로 한정하되, 지자체가 지역별 여건·분양상황 등에 맞게 거주지역 요건을 탄력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해당 광역지자체 △해당 광역권 거주요건 부과 또는 △거주요건 없이도 가능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일부 인기단지에서 부양가족 수 가점을 더 높게 받기 위해 위장전입 등이 성행하고 있는 점도 사전에 방지한다. 국토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부양가족 점수 산정 시 실거주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통해 부양가족 요건을 단편적으로 확인했다. 앞으로는 부양가족의 병원·약국 이용내역이 담긴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정부의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을 두고 분양업계에서는 청약 자격 제한 등이 과도할 경우 미분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아닌 무주택자에게 청약 기회를 돌려주는 방향성은 맞지만, 기존 1·2차 청약에서도 계약자를 구하지 못하는 지방 사업지의 미분양 몸살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1주택 보유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줍줍에서 제외할 경우 상당한 수의 예비 청약자를 잃게 되는 셈"이라며 "분양시장이 침체해 있는 가운데, 시장 활기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과열되고 있는 수도권 줍줍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제도 개선은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청약제도 본래 취지에 맞게 개편한 것"이라며 "특히 지자체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거주요건을 탄력적으로 부과하도록 허용하면, 청약제도가 시장 상황에 따라 빈번하게 변경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