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도 찬반 대자보…학내 갈등
|
10일 오후 2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찬반 세력이 현장에서 맞서며 격한 신경전이 벌여졌다. 탄핵 찬성 측은 반대 시위대를 향해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쿠데타 세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반대 측은 "연세대 학생이 맞느냐"며 학생증 확인을 요구하며 맞섰다. 반대 측 참가자들은 시국선언 시작에 앞서 연세대 학생증을 공개하며 정당성을 강조한 뒤, 애국가를 제창하며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시국선언을 주최한 박준영 학생(전기전자공학과 19학번)은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대통령 퇴진 선언을 강행했다"며 "총회 과정이 찬성 쪽으로 기울어져 반대 의견을 낸 학생들이 야유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야당의 국정 마비 및 연이은 탄핵 시도 △선거 부정 의혹과 사법부의 선택적 정의 △국가 안보 위협과 국방력 약화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야당이 헌정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연세대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한 학생들은 이른 시일 내 서울대 등 주변 학교들과 연합해 시국선언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
일부 대자보는 찢기거나 구겨진 채 발견됐으며, '尹 대통령은 흔들리지 말고 국정 임무 수행하라'는 대자보 위에는 다른 게시물이 덧붙여져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서울대 행정관 앞 버스정류장에는 '윤석열 탄핵 되면 누가 대통령 될 가능성이 높을까요?'라는 게시물이 부착됐으나, 누군가 '내란견'이라 낙서하며 감정적 충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대에선 게시판을 중심으로 찬반 대립이 표면화됐지만, 연세대처럼 공개적인 탄핵 반대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대학가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강한 반발을 보이며 퇴진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학생총회를 통해 탄핵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연세대 시국선언을 계기로 반대 목소리도 대학 내에서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학내 분위기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비상계엄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권의 대응 방식과 사법적 판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며 "탄핵안 다수 발의, 예산 관련 논란, 공수처 운영 문제, 사법부 판결에 대한 논쟁 등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과 문제 제기가 일부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학가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분석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므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일부 특정 성향의 그룹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측면도 있어, '대학가에서 탄핵 반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