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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사이트] ‘클럽월드컵 참가’ 울산HD에 K리그 일정 배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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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2. 11. 09:49

6월 14일부터 약 한 달간 미국서 첫 개최
FIFA의 야심작, 흥행에 협조하는 것이 한국축구 이익 극대화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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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2025 FIFA 클럽 월드컵 우승배./ 사진제공=FIFA
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선임 기자 = 2025년 한국 축구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둘이다. 하나는 2026 월드컵 3차 예선. 또 하나는 6월 14일부터 약 한 달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1회 FIFA 클럽 월드컵이다. 클럽 월드컵은 4년 주기로 포맷을 바꾸고 열리는 첫 대회다. 매년 진행하던 포맷은 FIFA 인터컨티넨탈컵이 계승한다.

FIFA 클럽 월드컵은 FIFA의 야심작이다. 세계 축구산업 최정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투쟁의 산물이다. 수익성, 전파력, 대중적 영향력 등에서 세계 최고의 이벤트는 단연 월드컵이다. FIFA의 권력은 월드컵 개최권을 '독점'한다는 데서 나온다. '독점'이 무너지면 권력에도 누수가 생긴다. 당연히, 독점 구조를 허물려는 세력은 누가 되었든 철두철미 경계한다.

FIFA의 권위에 도전 가능한 유일한 조직이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다. 기존의 월드 클럽컵은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린다는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챔피언스리그에 비해 세계적 인지도, 영향력, 수익규모가 모두 떨어졌다. 전세계 축구팬들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을 그 해 최강의 클럽팀으로 인식했다.

흥행 규모, 전파력 등에서 5대 리그를 정점으로 한 유럽 리그가 지구 다른 지역의 축구 리그를 크게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산업 규모 면에서 비교 불가다. 1990년대 이후엔 남미 각국 리그의 경기력도 유럽의 그것을 뛰어넘지 못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르과이의 일류 선수들도 자국 리그가 아닌 유럽 5대 리그를 최종 목표로 삼았을 정도다. 이 힘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발아한 '부분적 독립시도'가 두 번 있었다. '유러피안 슈퍼리그'의 창설이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AC 밀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도르트문트 등 빅클럽이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유럽의 끝에서 끝까지 비행기로 5시간이면 어디나 갈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리그 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90년대 일류 클럽들이 모여 합의했던 첫 시도는 UEFA 선에서 제압했다. 실질적으로 2부리그 강등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각국 1부 리그의 중상위권 팀들이 반대했고, UEFA도 '민간조직'의 탄생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UEFA가 간여해 시도했던 '제2차 반란'은 FIFA가 진압했다. '하려면 해라, 단 이 대회 출전 선수는 월드컵 출전 불가다'가 FIFA의 최후통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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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클럽 월드컵 공인구./ 사진제공=FIFA
하지만, 2018/19년부터 시작한 UEFA 네이션스 리그는 FIFA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1국가 1협회, 1대륙 1협회라는 FIFA의 근간을 흔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반란'의 준비이자 도움닫기일 수도 있다. 유러피안 슈퍼리그는 폐기하기엔 너무나 구미가 당기는 아이템이다. 1955년에 시작, 토너먼트로 진행하던 '챔피언스컵'은 1992/93 시즌부터 조별리그로 포맷을 바꾼 뒤 미디어의 관심을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관계자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진정한 강팀 사이의 연중리그는 글로벌 차원에서 무조건 대흥행을 약속하는 보증수표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기대 이익이 확실한데 투자자가 없을 리 없다. FIFA는 사소한 징후부터 철저히 단속했다. 90년대 파산 직전의 윔블던 FC가 연고지를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튀르키예 챔피언 갈라타사라이가 이스탄불을 떠나 터키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베를린으로 연고지를 옮기고 싶다, 혹은 베를린 갈라타사라이라는 자매팀을 만들고 싶다는 청원을 모두 적극 저지했다. 이 두 팀의 '연고 이전'을 허가하면, 국가를 넘어 연중리그를 펼치겠다는 유러피안 슈퍼리그의 출범을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FIFA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한중일 리그 통합도 사전에 봉쇄했다. 윔블던은 결국 2004년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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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HD는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2025 클럽 월드컵에 출전한다./ 사진제공=울산HD 구단
클럽 월드컵은 그래서 FIFA가 UEFA의 '반란'을 봉쇄하고,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선제적 시도다. 유럽 이외 지역의 팀들의 대환영이 '제도 개편'의 명분이다. 첫 대회니만치, FIFA는 대회의 성공적 운영과 정착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만 본선 진출이 가능한 구조다. 4년 후에 열릴 2029 제2회 클럽 월드컵대회에 K리그 팀의 참가를 100%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울산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 출전권을 획득했다. AFC는 21,22,23/24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에게 클럽 월드컵 자동 출전 자격을 줬고, 나머지 한 자리는 지난 4년간 ACL에서 누적 승점이 가장 많은 팀에게 자격을 부여했다. 클럽 월드컵 참가가 쉽지 않았지만,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울산은 시즌 마지막까지 격전을 거듭한 끝에 기어이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FIFA가 그만큼 신경을 쓰는 대회라면, 우리도 협회와 프로연맹 차원에서 성의를 보이고 흥행에 협조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는 울산 HD의 K리그 일정상의 편의를 허여하는 것은 그래서 특정 팀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FIFA의 숙원사업에 한국 축구가 적극 호응한다는 신호다. 클럽 차원에서 그리고 각급 대표팀 차원에서의 대한민국 '축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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