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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조류충돌→ 엔진고장→ 랜딩기어 미작동… 동체착륙하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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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 무안 나현범 기자 | 무안 이명남 기자 | 무안 정채웅 기자

승인 : 2024. 12. 29. 18:00

블랙박스 회수… 사고 규명에 최장 3년
연료배출 없이 외벽충돌하며 피해 커져
전문가 "짧은 활주로 탓 대응 힘들어"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사고 여객기 꼬리날개를 들어 올리며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타이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에는 승무원 6명과 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다. /무안=이병화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와 이에 따른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사고기가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면서 사상자를 키운 것으로 잠정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사고기 블랙박스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으로, 최종 분석까지 6개월에서 3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8시 30분 무안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8시 57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다. 사고기 기장이 1분 후인 58분 메이데이(긴급조난신호)를 요청하면서 사고 발생을 알렸다. 사고기 생존 승무원도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1차 착륙에 실패한 후 복행(Go Around)을 시도하며 공항 상공을 선회하면서 관제탑과 교신한 사고기 기장은 랜딩기어 고장과 엔진 이상으로 동체 착륙을 결정했다. 동체 착륙은 비상 상황에서 기체 하부를 활주로에 직접 접촉해 착륙하는 절차다. 하지만 사고기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를 약 10초간 직진하다 외벽과 충돌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동체 착륙 당시 활주로 진입 및 랜딩 각도는 양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활주로에 내린 뒤 감속을 날개(엔진) 역추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쪽 엔진이 불타버린 상황이라 감속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무안공항의 짧은 활주로(2.8㎞)도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긴급상황 시 동체 착륙 시도를 위해서는 3㎞ 이상 긴 활주로와 평탄한 표면이 필수라고 알려져 있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체 착륙 시 항공기 하부 손상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엔진·연료 탱크 등 부위의 화재 가능성에 대응할 시간 확보를 위해서라도 활주로 길이가 중요하다. 인천국제공항이 3.7㎞, 김포공항이 3.6㎞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짧다. 

정부당국은 사고 원인을 규명할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를 모두 수거했다. 이를 토대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세부적인 사고 상황과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가장 최근 발생했던 항공사 인명 사고(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경우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1개월 걸렸다.

베테랑 기장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사고기는 민가 충돌을 막기 위해 외벽으로 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 한모씨는 6800시간 이상 비행한 베테랑이었고, 사고 기종만 6096시간을 비행했다. 부기장 역시 1650시간 이상 비행한 경력자로, 관제탑 교신 후 신속한 판단을 내렸지만 사고를 피하진 못했다. 

무안참사와 유사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정부의 범정부 합동훈련도 실제 사고 상황에선 빛이 바랬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1개 정부기관 등은 지난 6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착륙 사고에 따른 대형 화재를 가정한 '레디 코리아 훈련'을 한 바 있다. 

당시 훈련이 여객기 착륙과정에서의 사고로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나는 상황을 가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훈련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각 기관이 신속히 대응에 나서, 사고 1시간여 만에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날 여객기 사고는 훈련과 다른 최악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박주연 기자
나현범 기자
이명남 기자
정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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