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 한 대 얻어 맞은 듯 오른쪽 얼굴에 가해진 충격이 이마를 타고 골까지 울리는 것 같았다. 무슨 대수술 마냥 칼로 쩍 갈라낸 잇몸 사이를 비집고 뿌리부터 끄집어냈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다 됐어요." 잘 끝났으니 앞으로는 괜찮을 거란 의사의 말을 되뇌이며 며칠 간의 통증을 견뎠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순간 우원식 국회의장은 "우리의 희망이 국민 속에 있다"고 말했다. 찢겨진 우리 사회에 치유와 회복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상처입은 민주주의를 국민의 손으로 봉합했으니 다시 곧 새살이 돋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준 메시지였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오늘날 우리 정치가 민주주의를 상실한 이유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능을 증오와 적대심으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통화한 정대철 헌정회장은 최근들어 국회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극단의 '힘의 논리'를 남발해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야당의 입법독주와 탄핵, 대통령의 거부권…그리고 이번 계엄 사태까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힘의 논리 카드를 제일 먼저 들이미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통화에서 "여야 모두 서로 지고 이기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기는 정치', '죽이는 정치'만 고집하니 협치가 실종되면서 결국 오늘 날의 사태가 왔다"며 혀를 찼다. 이들 원로들은 여야가 이제라도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국회는 타협 대신 창과 방패의 힘겨루기에 앞장서왔다. 여야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관철시킨 안을 중간에 두고 충돌하면서 갈등은 늘 극한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에 국민 불안도가 높아진 지금도 여야는 멈출 줄 모른다.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공백 틈을 노린 듯 벌써 추경을 거론하고 쟁점 법안 논의에 돌입했다. 이에 국민의힘도 기다렸다는 듯 "여당 노릇 하지말라"며 쏘아붙였다. 국회가 더이상 국가 위기를 각자의 기회로 삼으려 하지 않고 국민의 상처를 봉합하는 데 머리 맞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