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완판 행진에 하이닉스·삼성 수혜
내년 실적도 장밋빛… 수요 대응 속도
1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730억 달러(약 104조8426억원)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778억 달러로, 1416억 달러를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494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지난 2020년 연간 매출을 훌쩍 뛴 수치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도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의 인기가 꼽힌다. 올해 HBM 시장은 공급자 우위 환경으로 흘러왔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적으로 퍼진 HBM 공급 절벽 현상으로 고객사들은 웃돈을 줘도 제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덕분에 고객사들은 HBM 제조업체들에 한 해 치 물량의 선급금을 지급하며 '입도선매' 경쟁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완판' 기업이 SK하이닉스다. AI 후광을 톡톡히 보고 있는 SK하이닉스는 HBM 생산기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몫까지 판매한 HBM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내년 11월 준공 예정인 충북 청주 M15X 팹 가동에 앞서 이달 말부터 경기 이천캠퍼스에서 근무하는 D램 전공정 관련 팀장·파트장급 인원 일부를 차출해 이동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준공이 1년여 남은 현시점에서 핵심 인력들을 일찌감치 투입해 가동에 필요한 기반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청주캠퍼스는 SK하이닉스 HBM 사업의 차기 주요 생산기지다.
상대적으로 경쟁사 대비 AI 빛을 못 봤던 삼성전자도 올해 3분기부턴 수혜를 누리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뛰었다. 이 덕분에 3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도 매출액 기준 12.9%를 점유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엔비디아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AI가 한몫했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레거시 라인의 선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 흐름은 내년까지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 생산 능력의 가장 주요한 지표인 웨이퍼 출하량 역시 확실한 상승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올해 대비 9.5% 반등한 131억2800만in²(제곱인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어 2026년 145억700만in², 2027년 154억1300만in² 등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를 반영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도 장밋빛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5% 급증한 35조8148억원으로, 내년에는 이보다 18% 더 성장해 영입이익 40조원대 시대를 다시 열 전망이다. 메모리 호황기를 맞았던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내년에는 연간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