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경찰에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제시한 명단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판사(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포함됐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13일 사법부가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판사 체포시도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장판사가 재직 중인 서울중앙지법도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체포) 지시만으로 법치주의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뉴스는 사실 확인이 안 된 것이어서 법원의 대응이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부장판사가 계엄군 체포대상 명단에 포함됐다는 논란은 조지호 경찰청장의 법률 대리인인 노정환 변호사가 13일 기자들과 만나 "계엄사태 당시 조 청장이 전달받은 체포대상 정치인 15명 중 김 부장판사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정작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조 청장의 피의자 진술조서에 김동현이라는 이름이 언급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조 청장과 접견할 때 틀림없이 들은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여부는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지금은 법원이 이런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은 수사기관에 맡기고, 이재명 대표 등에 대한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는 데 매진해야 할 때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항소심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1심 선고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고, 지난 9일 발송된 소송기록 접수통지도 아직 수령하지 않았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도 이런 방법으로 재판을 2개월 가까이 지연시킨 전례가 있다.
이 대표가 정작 본인 재판은 지연시키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자기모순이다. 이 대표가 이런 모순을 피하려면 스스로 "공직선거법 재판을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선거법 재판의 경우 6·3·3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 이내)을 지키라고 지시했는데, 일선 재판부에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탄핵 국면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법부의 원칙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