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하락으로 자금조달도 우려
'투자위험 국가' 낙인 가능성 열려
4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면 결국 신용에 부정적(credit negative)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누슈카 샤 무디스 부사장은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업무 중단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갈등의 장기화와 경제적 신뢰를 저해하는 것은 신용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금융시장을 뒤흔든 충격파는 점차 가라앉겠지만, 정치·사회적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 않으며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정치적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정국불안이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공산이 커진 상황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리스크 등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국내 금융시장의 대외 신인도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위기설 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자금조달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비상계엄과 금융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하룻밤 사이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나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은 남아 있다"면서 "연말 탄핵정국에 진입하면 외환,채권, 주식 등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가 어렵게 쌓아올린 대외 신인도가 정치 리스크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더라도 한동안 불확실성의 파고가 이어지면서 '계엄의 상흔'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탈행렬이 길어지고 정치·사회적 불안이 큰 '투자위험 국가'라는 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제 영국 데일리메일은 "한반도에서 교전 상황은 아니지만 긴장 강도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계엄령 선포로 아시아의 친서방 국가에 충격을 안겼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BBC·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주요언론들은 실시간으로 한국의 계엄 소식을 전하며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NG의 강민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계엄령 자체는 해제됐지만 이 사건은 정치 지형과 경제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낳는다"면서 "국가신용등급 변경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