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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에서 '왝 더 독' 현상에 빗댈 수 있는 새로운 사례가 나타났다. 바로 유튜브 지라시에서 시작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다. 10분도 되지 않는 동영상 두 편에 국내 재계 6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통 명가'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모두가 목격했다.
롯데그룹이 12월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하고 전체 직원의 절반을 감축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진 동영상은 삽시간에 퍼지며 그룹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었다. 롯데케미칼과 건설, 일부 유통사업부가 최근 부진에 빠진 것은 사실이나 동영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더하며 과거 대우그룹 사태 못지않은 위기설을 퍼뜨렸다.
유통시장은 물론, 건설과 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국내업계를 이끌고 있는 롯데인 만큼, 위기설은 적지않은 여파를 가져왔다. "사실무근"이라는 그룹의 해명에도 지라시의 자극성에 많은 이들이 흔들리면서다.
지라시 유포 후 롯데지주의 주가는 6.8%, 롯데케미칼은 10.2%나 하락하며 헛소문에 애꿎은 일반 주주만 피해를 봐야 했다. 하루 사이 사라진 그룹 내 계열사의 시총은 6000억원에 달했다. 허위 정보 유포의 여파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게도 뻗친 셈이다.
그룹의 신뢰 역시 금이 갔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7일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특약 사항 조정을 위해 그룹의 '얼굴'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했다. 그룹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자산을 내놓으면서까지 당면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지라시의 여파는 롯데의 자신감마저 왜곡했다. 그룹의 선택은 신뢰 회복의 의지가 아닌, 위기감을 고조하는 장치로 비쳐지며 '본의'가 잘못된 정보에 휩쓸려갔다. 실제 지난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4조원을 확보했으며 그룹 또한 139조원의 총 자산과 당장 쓸 수 있는 가용 예금은 15조원에 달한다.
이에 롯데그룹은 이달 초 경찰에 지라시 작성·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며 위기설의 근원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수사가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연말 국내 경기를 흔들었던 지라시 사건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한 달도 안되는 시간, 롯데그룹은 시총, 그리고 신뢰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신음이 길어지고 있는 지금, 재계 6위에 위치한 그룹이 두 편의 동영상에 흔들린 이번 사태를 마주하며 이제는 '왝 더 독' 현상이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