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변명보다 반성의 태도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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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경기 고양시에서 30대 남성 B씨가 70대 여성 노래방 업주를 폭행하고 성범죄를 시도한 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지난 7월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서귀포해양경찰서 소속 20대 순경 C씨가 일면식 없는 여성을 강제로 끌어안은 혐의로 입건됐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피의자 모두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최근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이유로 형법상 '심신장애'를 주장하며 재판에서의 감형을 노리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되려 괘씸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술에 취한 채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은 음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장애'를 핑계로 범죄 사실을 회피하고 있다.
형법 제10조 '심신장애'는 음주 등 심신장애 상태를 형의 감경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데, 음주 피의자들은 이러한 법 조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만 형법에선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심신장애 적용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피의자들의 범죄 회피를 막고자 정치권에서도 법 개정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책임주의 원칙과 비자발적 음주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논의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실무에서 주로 심신미약 주장은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며 "특히 강력범죄나 피해가 큰 사건에서는 법정에서 반성 없이 기억 상실을 주장할 경우 오히려 '괘씸죄'로 작용해 형량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