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규정 사회적 논의 필요
약물따라 가중처벌 요소 작용 가능
경찰, 국과수에 약물 정밀 감정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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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약물 운전'에 대한 법적 허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구체적 수치 측정이 어려워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약물운전 사고 사례가 급증하는 만큼 구체적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4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사고를 낸 김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사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어머니 차를 운전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강남역 사고 전 송파구 한 이면도로에서 아이를 태운 채 유모차를 밀던 어머니를 치고 달아난 것으로도 조사됐다.
김씨의 무면허 운전과 역주행, 도주치상 행위 등을 종합했을 때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경환 변호사는 "기존 범죄 전력, 사고 내용, 피해 정도를 종합해 봐야 한다"며 "피해 차량이 3대 이상을 넘어서면 다중 추돌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형 기준이 높아져 최소 1년 6개월 정도의 실형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차례 무면허 운전을 한 전력이 있다면 이 또한 양형에 굉장히 불리한 요소로 반영될 것이고, 유모차를 치고 달아난 행위 역시도 죄질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은 김씨의 약물운전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어떤 약물을 실제 섭취한 것인지, 신경안정제를 먹었다면 과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량이 처방된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것으로 만일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상태라면 이 역시도 가중처벌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다만 현행법상 약물 운전을 하면 처벌하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약물 투약 후 운전을 몇 시간 정도 규제해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법적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범행 후 처벌하는 조항은 있지만 사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별도의 기준이 없다 보니 투약자가 약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2019년 57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최근 4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8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운전자와 지난해 3월 제주도 '6중 추돌사고' 운전자 모두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상태에서 차를 몰다 사고를 낸 케이스다.
박진실 변호사는 "음주운전은 구체적 수치가 특정되는 반면 약물 운전의 경우 '약을 복용하고 몇 시간 후에 운전을 하라'는 등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며 "대표적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 같은 경우조차도 '일단 운전을 하지 말라'는 단순한 권유만 있을 뿐 특정 시간 내에 운전을 금지하는 구체적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문제의 사회적 심각도가 빠르게 높아졌지만 현재 관련 규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도기 상태"라며 "앞으로 의료용 마약류와 위험 운전 사이의 명확한 기준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