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고] 대한민국 역사적 변화의 중심, K-실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1101000757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9. 11. 18:19

K-실버, 대한민국을 바꾸다 <1>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

아시아투데이는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기고한 'K-실버, 대한민국을 바꾸다'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 한때 '젊은 나라'로 불리던 이 땅이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국가가 되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 바로 'K-실버'다. 전쟁과 가난을 딛고 경제 기적을 일궈낸 세대, 이제는 또 다른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K-실버 세대는 그들의 인생 전반에 걸쳐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경험해 왔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들은 항상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왔다. 흑백 TV에서 스마트폰까지, 손편지에서 SNS까지, K-실버들은 언제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왔다. 이러한 그들의 적응력과 학습 의지는 컨시어지 의료와 같은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와 놀랍도록 잘 맞아 떨어진다.


컨시어지 의료의 핵심은 의료진과 환자 간의 긴밀한 팀워크에 있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건강관리도 의료진과 환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며,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케어를 제공한다. K-실버들의 평생에 걸친 학습 경험은 이러한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데 큰 강점이 된다.

더욱이 K-실버 세대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크다.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신기술 수용력을 고려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건강관리 앱 같은 첨단 도구들을 활용한 컨시어지 의료 서비스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나무가 새 가지를 뻗듯", K-실버들은 이미 갖추고 있는 적응력을 바탕으로 컨시어지 의료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빛을 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K-실버 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나이 든 사람들'이 아닌,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회의 중요한 자산으로 K-실버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그들의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공감하며,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컨시어지 의료는 K-실버들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만나 더욱 빛날 것이며, 이는 곧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한 미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K-실버는 누구인가?


K-실버 세대와 컨시어지 의료는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서로를 완벽히 보완하는 관계다. K 실버들의 독특한 경험, 적응력, 그리고 경제력은 컨시어지 의료의 발전과 성공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첫째, K-실버들은 평생 급격한 기술 변화를 경험하고 적응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그들이 컨시어지 의료의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데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그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지적 호기심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참여로 이어진다. 이는 컨시어지 의료의 핵심인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와 완벽히 부합한다. 셋째, K-실버 세대의 상당한 경제력은 고품질의 맞춤형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K-실버의 특성은 컨시어지 의료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동시에 그들 자신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이 혁명적인 만남이 가져올 변화를 살펴보자. 이를 위해 우선 K-실버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K-실버들이 국민학교 다닐 때, 국토지리과목 수업시간에 많이 듣던 괴담이 있었다. "너희가 사는 나라는 세계 최빈국이라 원조 없이는 생존 불가능하고, 농사를 지어야 먹고살 텐데, 국토는 70% 이상이 험준한 산악이라 인구부양력이 현저히 낮은 땅에서 너희는 태어났어. 너희가 불쌍해 보여"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암기해야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한국인의 악바리 근성이 고개를 들었고, 드라마보다 처절한 K-실버 인생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한민족의 5천년 연대기에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해방의 여명부터 1965년 베이비붐의 황혼까지를 아우르는 이 전설적 세대는 단순한 노년층이 아닌, 선진국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신화다. 이들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월남전 파병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조국의 기초 체력을 충전했고, 중동 열사의 바람 속 건설현장에서 한국 경제의 주춧돌을 세웠으며, 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졌을 땐, 애지중지하던 장롱에 넣어둔 자식의 돌 반지까지 나라에 헌납했다. 이들은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치열하고 처절한 사람들이다. 


1980년대 K-실버 세대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대장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들의 손끝에서 철강은 용광로의 열기로 녹아내렸고, 한국에서 건조한 거대한 선박이 바다를 향해 힘차게 출항했다. 전자산업의 여명기, 그들은 밤낮 없이 연구에 매진하여 한국 전자제품으로 전 세계 가정의 일상 속을 파고들었다. 


1990년대 K-실버 세대는 기술혁명의 선두에 섰다. 반도체 산업에서 그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기술적 혁신을 이뤄냈고, 한국을 IT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들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은 인터넷과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배양했다. 


새천년의 여명과 함께, K-실버 세대는 대한민국을 문화 강국으로 이끄는 숨은 공로자가 되었다. 그들은 한류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한국 문화가 세계를 매료시키는 현상의 기반을 마련했다. K-pop, K-drama, K-beauty 등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는 그들이 쌓아온 문화적 자산과 개방성의 결실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 그들은 스마트폰과 IoT 기술의 발전을 이끌며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해서는 비교불가 이차전지와 독보적 LNG운반선으로 연타석 홈런포를 작열했다. 그 결과, Korea의 K는 신뢰와 자랑의 접두사가 되었다. 


K-실버는 투사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 K-실버는 군사독재와 맞서 처음에는 학생의 모습으로, 그들이 장년이 되었을 때, 넥타이 부대로 변신, 명품 민주주의를 쟁취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992년 LA 폭동 당시 생존권을 지킨 루프톱 코리안스, 경제기적과 민주화를 이룬 K-실버 세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루프톱 코리안스와 K-실버 세대는 한민족의 불굴의 투쟁정신을 상징한다.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2019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 병원인 은평성모병원의 초대 원장, 2대 원장을 지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마트 병원을 설계하고 개원하고 운영함으로써 스마트 병원의 원칙을 충족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대한디지털헬스학회를 창립한 초대 회장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전자의무 및 간호 기록 시스템인 보이스 EMR·ENR 기록 개발에 참여했다. 특히 보이스 ENR을 세계 최초로 은평성모병원 시스템에 실제 적용하여 의료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초대 의무원장, 성바오로병원 마지막 병원장, 2018년 평창올림픽 의료지원단장, 대한정형외과연구학회장을 지냈다. 현재 대한노년근골격의학회장, 2024년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전문위원, 대한디지털헬스학회·대한의료감정학회·대한메디컬3D프린팅학회 명예회장을 지내고 있으며, EBS '명의'에 다수 출연했다. 미국 고관절학회 최고논문상 Otto Aufranc Award(2010년), 제16회 한독학술경영대상(2019년) 등을 수상했고, 저서로 『명의들의 스승, 그들』 등이 있다.


※본란의 기고는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