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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칼럼] 국민연금 지급보장, 신중에 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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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9. 01. 17:22

OECD서 평가한 韓 연금개혁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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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자동안정장치'를 언급한 대통령의 8월 29일 정책 브리핑에 대한 필자의 감회는 특별하다. MBN의 뉴스특보 프로그램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하여, 필자가 25년 전부터 강조한 자동안정장치를 스튜디오에서 들어서였다. 대통령 브리핑이다. "연금개혁의 3대 원칙은,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보장, 이 세 가지입니다." ...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하여 연금의 장기지속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 "기초연금은 월 40만원을 목표로 임기 내 인상을 약속드립니다."

국정 브리핑 후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할 때 필자가 MBN 생방송에서 했던 말이다. "자동안정장치를 언급했는데, 거의 혁명적인 내용이다. 우리 연금개혁 논의 역사상 가장 진일보했다. ... 반면에 연금지급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은 크게 우려된다. 지급보장 조항이 있는 공무원연금의 내년 적자 보전액이 10조원을 넘어간다."

방송 끝나갈 때의 필자 평가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보장 순으로 연금개혁 원칙을 언급했다.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에 놓은 것의 의미가 커 보인다. 노후소득보장을 강조한 국회 논의와 대비가 되어서다."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가 1825조원(2023년 GDP 대비 81%)이 넘는다는 사실을 밝혀야 '세대 간 보험료 차등 인상'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

8월 28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방송에서 필자는 언론 보도 내용처럼 추진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독일 슈뢰더 총리, 일본 고이즈미 수상,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영국 블레어 총리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대통령 브리핑에는 이런 호평을 무색하게 할 내용이 있다. 연금지급보장과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때문이다. 기자회견 이후 필자가 이끄는 연금연구회가 시끄러웠다. 회원 다수가 지급보장을 강하게 비판해서였다.

전문가 고언을 듣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이 기초연금이다. 전문가 다수가 박근혜 정부 기초연금안을 비판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인수위 부위원장이던 진영 국회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취임 다음날에 개최된 전문가 미팅에서 필자도 진영장관에게 수차례 고언했다. 다양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인수위와는 다른 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진영 장관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필자 고언은 사설에도 언급되었다. 서울신문의 '민생법안 외면하는 의원들 표로써 심판해야'에서다(2014. 2. 22.).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지 않는 대신 '65세 이상 70% 지급' 조항을 본법에서 삭제하거나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넣는 방안 등을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이 지난 14일자 서울신문을 통해 고언한 바 있다." 이 고언을 받아들였다면 기초연금이 많이 달라질 수 있었다.

2007년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은 재정여건에 따라 대상자를 줄일 수 있었다. 반면에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도록 대못을 박아서, 당장 월 40만원으로 올리지 않아도 지출이 GDP 대비 3.2%까지 늘어난다. 취약 노인 중심으로 운영하라는 OECD 권고를 무시하고 도입한 결과다. 이런 기초연금은 포퓰리즘제도가 되어버렸다. 대선 때마다 10만원씩 올리겠다고 해서다.

연금 지급하기에 부족한 액수가 이미 3200조원을 넘었다. 공무원·군인연금 1230조원, 국민연금 1825조원, 사학연금이 175조원 이상 부족하다. 상당한 강도의 개혁을 해도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난다. OECD의 2018년 한국경제 검토 보고서는 중앙정부 부채가 GDP의 20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68쪽). 공적연금이 주된 이유다.

작년 11월 16일에 공개된 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충격적이다(Annex X. Pension Reform Options to Cope With Rapid Aging). 한국의 빠른 인구 고령화와 연금제도 단 두 가지 요인만으로도 국가부채가 약 50년 뒤에 GDP 대비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IMF는 국민연금을 71세부터 받게 개편할지라도, 국민연금액을 절반으로 줄일지라도 GDP 대비 국가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면서 수급연령을 67세로 연장하고, 보험료를 18.2%(9.2%포인트 더 인상)까지 인상해도 국가부채는 늘어난다. 이는 IMF가 2021년 분석한 유럽 국가들과는 너무도 다르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2060년까지 GDP 대비 연금부채가 크게 늘지 않는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웨덴, 핀란드 등은 오히려 줄어든다. 뼈를 깎는 연금개혁을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요구가 거셌어도 역대 정부들은 지급보장 조항을 도입하지 않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층을 위한다는 지급보장이 젊은 층과 미래세대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개혁 노력을 소홀히 할 강한 유인이 될 수 있어서다. 지급보장이 있는 공무원·군인연금이 입증하고 있다.

정부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야당 대표는 더 주자고만 하며, 야당 국회의원 3인은 이미 지급보장법안을 발의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 자칫하면 윤석열 정부는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다.' 지급보장이 망국의 길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서다.

지급보장을 하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기를 제안한다. 언제인가는 닥칠 듯한 금융위기에서, 외부의 힘으로 개혁할 때의 장애가 될 수도 있어서다. 우리 공무원연금과 같은 지급보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 독일 등에 지급보장조항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그리스는 외부의 힘으로 고소득자 연금액의 50%를 일시에 삭감했다. 우리의 연금 분야 상황은 당시 그리스보다도 더 나쁘다. 이미 지급할 연금액이 3200조원(GDP 대비 143%) 넘게 부족해서다. 지급보장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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